폴란드 대통령 항의… 美 즉시 사과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폴란드도 홀로코스트에 대해 책임이 있다’는 취지의 말실수를 해 폴란드가 강력 반발하고 폴란드 주재 미 대사가 사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제임스 코미 FBI국장 지난 17일자 워싱턴포스트에 ‘내가 FBI 요원들에게 홀로코스트 박물관을 견학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라는 기고를 했는데, 나치 지도부뿐 아니라 나치의 잘못된 지시에 반성없이 순응했던 사람들도 책임이 있다는 주장을 하는 과정에 결정적인 실수를 한 것. 그는 “독일, 폴란드, 헝가리 그리고 다른 많은 나라의 살인자와 공범들은 스스로 악랄한 짓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문장은 그가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폴란드와 헝가리를 2차대전 전범국인 나치 독일과 동일한 위치에 놓은 것이다.
브로니스와프 코모로프스키 폴란드 대통령은 19일 “(코리 국장은) 역사 지식이 결여돼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유대인을 도운 수 많은 폴란드인을 모욕했다”고 항의했다. 폴란드 외교부는 또 스티븐 멀 주폴란드 미국 대사를 불러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문제가 커지자 미국은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멀 대사는 이날 열린 바르샤바 게토 봉기 72주년 기념식에서 즉시 사과했다. 멀 대사는 “독일 나치가 아닌 폴란드 등 다른 나라가 홀로코스트에 책임이 있다는 의견은 실수며 위험하고 모욕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폴란드가 홀로코스트에 책임이 있다는 의견은 미국의 입장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2차대전 당시 나치 독일은 폴란드를 점령해 1939∼45년 죽음의 수용소를 운영하고 수백만 명의 유대인과 폴란드인 등을 살해했다. 희생된 폴란드인은 600만명이며 그 중 절반은 유대인, 나머지는 기독교인으로 알려졌다. 앞서 2012년에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 전쟁 영웅을 기리는 자리에서 폴란드에 있던 나치 수용소를 ‘폴란드 수용소’라고 실언해 비난이 일기도 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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