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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성완종 리스트'의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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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성완종 리스트'의 메시지

입력
2015.04.20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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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관계자가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9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관계자가 걸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의 메모가 발견된 지 2주가 다 되어 간다. 2013년 4월 4일 이완구 총리에게 3,000만원을 건넸다는 성 전 회장의 인터뷰 내용이 보도된 지도 일주일이 지났다. ‘성완종 리스트’의 함의를 몇 가지로 추려볼 수 있다.

첫째,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성완종 리스트’는 한국사회의 구조적 먹이 사슬과 민낯을 그대로 드러낸 자화상이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정치가 왜 존재해야 하느냐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국가와 시민사회,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의 상층부를 형성하고 있는 주류사회의 영역에서 짬짜미로 얼개를 형성하고 있는 총체적 왜곡은 특혜와 정경유착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산업화 시대의 음영은 부패라는 거대한 괴물이 되어 우리를 옥죄고 있다. 정국 주도권 확보를 위한 ‘부패와의 전면전’이나 사정 드라이브는 말 그대로 정치공학적이라는 오해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또 다른 정치공학에 다름 아니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다 안다.

둘째, 더 구체적인 현안으로써 이완구 총리의 거취다. 제기된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대정부 질문 기간 동안 이완구 총리의 답변은 국민들에게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국민들은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한 인사들의 주장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의혹의 당사자인 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고 있는 카오스의 정치는 한국사회를 거대한 블랙홀로 빠뜨리고 있다. 이완구 총리의 진퇴를 둘러 싼 각종 시나리오는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 기간이라는 시한에 국한될 것이다. 그러나 비등점을 향해 치닫고 있는 총리의 거취에 대한 불가측성을 관리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부재는 한국정치의 불안정성을 가속화한다.

검찰이 대통령 직무를 대행하는 국무총리에 대해 공개수사를 할 수 없음은 상식에 속한다. 이는 확실한 정황과 증거가 있을 때 소환 조사의 수순을 밟는 수사 원칙을 준수해서만은 아니다. 여권의 총리의 거취에 대한 기회주의적 태도에서 총리의 금품수수 의혹을 국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정치적 심모원려(深謀遠慮)를 기대하는 것은 애당초 어리석은 일이다. 국정 최고책임자를 대신하여 국정에 대한 통할과 업무 대행은 헌법상의 규정에 의해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는 절차적 차원일 뿐이다. 시민사회는 실질적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다.

셋째, 신뢰에 금이 갈 때 정치의 정상적 작동은 실종된다. 이는 민주주의의 위협으로 연결되고 한국 대통령제의 숙명인 레임덕으로 구체화된다. 신뢰가 깨졌을 때 정치의 형해화를 피할 수 없다. 신뢰의 위기다. 신뢰의 균열은 바로 리더십의 위기로 연결된다. 이는 대표성의 위기와 맞물려 정치 실종을 가져온다.

한국정치의 구조화된 정치 불신은 구체적 현안에 의해 강화된다. 정치권력의 이중적 측면인 물리적 강제력과 국민의 자발적 동의가 균형을 이룰 때 집권세력의 정국 운영과 정권의 정상적인 작동도 가능하다. 이탈리아 사상가 그람시는 이를 ‘헤게모니’라는 개념으로 체계화했다. 헤게모니는 사법적 차원의 사실 관계를 넘는 준거 틀이다. 한국정치에서 헤게모니는 이미 소진되고 있다.

이완구 총리의 금품수수 여부의 실체적 진실과는 별개로 총리로서의 도덕적 정당성은 현저히 훼손되었다. 이는 정치 불신으로 연결되고, 급기야 정치허무주의로 진화한다. 임명권자의 법적ㆍ행정적 레벨의 권한 행사보다 상위개념은 시민의식을 관통하는 집단사고와 심리적 정서다. 이번 사태의 해결을 건강한 시민의식과 상식적 통념에 기반해서 모색해야 하는 이유이다. 또한 법리적 측면의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진실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아가 정치적 이슈의 전후 맥락과 공론의 장에서 형성되는 보편적 국민 인식에 대한 겸허한 승복 없는 정국 돌파는 시민사회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다는 평범한 교훈도 놓쳐서는 안 된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정치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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