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다녀와서 결정" 발언, 자진 사퇴 메시지인지 해석 분분
김무성 "일주일만 참아달라" 불구, 당청간ㆍ계파간 이해 관계 엇갈려
李, 4ㆍ19기념식 참석 등 일상 업무 "국정 흔들림 없이" 사퇴 여론 일축
이완구 국무총리는 19일 4ㆍ19 혁명 55주년 기념식에 참석하는 등 대통령 해외 순방에 따른 ‘대통령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했다. 하지만 야당은 계속해서 이 총리 사퇴를 압박했고, 여권에서도 이 총리는 뒤로 빠진 채 국정 현안 협의가 진행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이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 때처럼 사실상 이 총리 사퇴 수순을 밟을 것인지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李 총리는 일상 업무 수행…與野는 못마땅
이 총리는 이날 오전 국립 4ㆍ19 민주묘지에서 거행된 4ㆍ19 기념식에 참석해 기념사를 했다. 16일 박 대통령이 중남미 4개국 순방에 나선 뒤 총리의 첫 대외 일정이었다. 이 총리는 기념사에서 “우리 모두가 마음껏 누리고 있는 민주주의는 바로 4ㆍ19 혁명에 뿌리를 두고 있고, 민주화 대장정의 큰 길을 여는 시발점이 됐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또 기념식을 마친 뒤 “대통령께서 안 계시지만 국정이 흔들림 없이 가야 한다. 국정을 챙기겠다”며 ‘성완종 리스트’ 관련 사퇴 여론을 일축했다.
그러나 새정치민주연합은 “부패 의혹과 거짓말로 만신창이가 된 총리가 앞에 나서서 반 부정부패, 민주주의 항쟁인 4ㆍ19 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자고 연설한 것은 웃지 못할 희극”(김성수 대변인)이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여권도 총리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등이 참석 멤버인 고위 당정청 협의회는 당분간 열지 않을 방침이다. 일상적인 당정 간 정책 협의는 수행하겠지만 이 총리와 이병기 비서실장 등 ‘성완종 리스트’에 거론된 인사들과 엮이는 모양새는 피하겠다는 것이다.
‘문창극 파문’ 때처럼 단일한 사퇴 압박 없어
이 총리 사퇴 문제가 거론되면서 문창극 후보자 사퇴 때 이야기도 다시 회자되고 있다. 지난해 6월 10일 총리 후보자 지명 직후 역사관 문제로 여론이 악화했던 문창극 후보자는 같은 달 24일 사퇴했다. 이 과정에서 박 대통령은 중앙아시아 3국 순방 중인 18일 국회에 제출할 인사청문요청서 재가를 보류하는 식으로 자진 사퇴 메시지를 던졌고, 당시 여당과 청와대에서도 “여론에 귀 기울여 판단하겠다”는 발언이 나왔다. 당청이 대통령의 부담을 덜기 위해 한 목소리로 사퇴를 유도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총리는 사정이 다르다. 박 대통령이 김무성 대표와의 16일 회동에서 이 총리 사퇴 여론에 “잘 알겠다. 다녀와서 결정하겠다”고 답한 대목도 해석이 분분하다. 27일 박 대통령 귀국 전에 이 총리가 알아서 사퇴 여부 결단을 하라는 메시지인지, 아니면 시간을 벌어 여론을 수습하기 위한 발언인지 설명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총리실 측은 “대통령 부재 상황인 만큼 국정 공백이 없도록 총리 업무에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라고 전했다. 청와대도 이 총리 후임 인선 작업을 준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새누리당 ‘비박’ 지도부는 여론 악화 상황을 볼 때 이 총리 사퇴는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성남 중원구 모란시장에서 “일주일만 참아주기를 부탁한다. 대통령도 안 계시는데 총리까지 비우게 되면 국민이 불안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그때까지이다”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어 “대통령이 와서 결정하겠다고 했으니까 (그렇게 말했다)”라며 총리 사퇴 기정사실화를 부인했지만, 대통령 귀국 후엔 결론을 내야 한다는 내심도 읽힌다.
다만 한 명만 물러나면 됐던 문 후보자 때와 달리 이 총리 사퇴시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다른 여권 인사로 불똥이 튈 것이고, 박근혜 정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 여권 지도부의 부담이다. 또 검찰 수사에서 이 총리 의혹이 사실로 확정되지도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여권의 목소리가 하나였던 문 후보자 때와 달리 지금은 친박과 비박, 새누리당과 청와대 사이 정치적 이해관계 차이도 분명하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 총리 의혹과 관련된 추가 결정타가 나오거나 대통령의 정치적 결단이 있기 전까지는 지금처럼 어정쩡한 혼선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