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바지 입은 4라운드 18번홀
티샷 물에 빠지고도 칩샷 성공
박인비와 연장전 마법같은 플레이
김세영(22ㆍ미래에셋)이 ‘기적의 샷 이글’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우승을 차지했다.
김세영은 19일 하와이주 호놀룰루 오아후 코올리나 골프클럽(파72ㆍ6,38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로 1오버파 73타를 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박인비(27ㆍKB금융그룹)와 연장전에 돌입했지만 짜릿한 샷 이글로 재역전 드라마를 썼다. 김세영은 이로써 2주전 시즌 첫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에서 당한 최종라운드 역전패의 악몽을 털고 시즌 2연승을 달렸다.
2,3위에게 1,2타로 쫓긴 채 맞은 4라운드에서 김세영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가 된 ‘빨간 바지’를 입고 그린에 섰다. 김세영은 국내무대에서 빨간 바지를 입고 역전승을 잇따라 따낸바 있어 역전의 여왕이란 별명이 붙어있다.
빨간 바지의 ‘효험’은 통했다. 4라운드 18번 홀(파4), 김세영의 티샷이 물에 빠지면서 패색이 짙어졌다. 세 번째 샷을 그린 근처로 보내긴 했지만 박인비가 홀 바로 앞까지 공을 보내면서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기 직전이었다. 하지만 김세영은 칩 샷으로 공을 홀 안에 넣으면서 승부를 연장까지 끌고 갔다. 그리고 또 한번 기적 같은 이글이 나왔다. 연장 첫 번째 홀 154야드(140m) 거리에서 시도한 김세영의 두 번째 샷이 그대로 이글로 연결되면서 드라마 같은 역전승을 거뒀다. 김세영은 갤러리의 박수갈채가 나온 이후에도 믿을 수 없다는 듯 어리둥절해 했다.
김세영은 대회가 끝난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4라운드 18번 홀 티샷이 물에 빠진 장면에 대해 “‘도대체 무슨 운명인가’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하지만 곧바로 반전이 일어났고 지금도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믿기 어렵다”고 소감을 밝혔다.
하지만 김세영은 이날 두 번의 샷을 자신의 생애 최고의 샷으로 뽑지 않았다. 김세영은 “201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서 17번 홀 홀인원으로 우승한 적이 있다”며 “그것이 나에게는 가장 기억에 남는 샷”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늘 샷 이글이 두 번째, 정규 라운드 18번 홀의 칩 샷이 세 번째로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웃었다.
2월 퓨어실크-바하마 클래식 포함 2승을 챙긴 김세영은 이번 우승 상금 27만 달러(2억9,000만원)까지 보태 시즌 상금 69만9,735달러(7억5,634만원)로 이 부문 선두로 올라섰다.
한편 시즌 개막 후 6연승을 이어갔던 한국계 선수들은 최근 크리스티 커, 브리트니 린시컴(이상 미국)에게 우승을 내줬다가 다시 강세를 이어갔다. 이번 대회 1위부터 공동 4위까지 모두 한국 선수들이 차지했다. 김인경(27ㆍ한화)이 9언더파 279타로 단독 3위에 올랐고 김효주(20ㆍ롯데)와 최운정(25ㆍ볼빅)은 7언더파 277타로 공동 4위를 차지했다.
이현주기자 memor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