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8강전 제1국
백 박영훈 9단 흑 김지석 9단
장면 11 우변 백이 살아버렸으니 이제 흑이 역전을 노릴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위쪽의 거대한 백 대마를 잡는 길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1로 좌상귀 흑을 살려야 한다. 하지만 백 대마는 언제든지 위쪽에서 선수로 한 집을 만들 수 있는데다 우변 쪽에 앞서 패감으로 두어 놓았던 백돌들이 응원의 손길을 뻗치고 있어서 쉽사리 잡힐 것 같지 않다.
게다가 박영훈은 자타가 인정하는 ‘타개의 달인’이 아닌가, ‘절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확신이 선 듯 전혀 당황하는 기색이 없이 2와 3을 교환한 다음 4로 둬서 오른쪽 아군과의 연결을 꾀했다. 흑이 참고1도 1, 3으로 차단하는 건 무리다. 6을 선수한 다음 8부터 12까지 진행하면 A와 B가 맞보기여서 흑이 견딜 수 없다.
할 수 없이 5로 젖혔지만 살그머니 6으로 머리를 내밀자 좌우의 백이 거의 연결된 모습이다. 흑의 입장에서는 참고2도 1로 씌워서 봉쇄할 수 있어야 하는데 2부터 10까지 반격 당해서 오히려 흑이 잡힌다. 김지석이 좀처럼 착수를 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동안 무정한 시간은 계속 흘러가 어느덧 마지막 초읽기가 시작됐다.
박영철 객원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