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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핀테크와 소비자

입력
2015.04.19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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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20년 전 대학교수로 임용을 받으면서 일명 ‘삐삐’라고 하는 무선호출기를 선물 받았다. 지금 20, 30대에게는 존재 자체도 생소한 전자기기이지만 그때만 해도 이동 중인 누군가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무선호출기에 익숙해질만 하니 이동전화가 등장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따라갈 만했다. 1세대, 2세대, 3세대 등 끊임없는 휴대폰의 진화에도 음성전화와 문자메시지라고 하는 통신수단 고유의 기능만 알고 있으면 별 어려움 없이 사용할만한 전자기기였다. 전화기로 인해 새삼 더 바빠졌다고 생각하지도 않았고 편리했다. 그러다 인터넷 혁명에 견줄만한 모바일 혁명인 스마트폰이 어느 날 세상에 뚝 떨어졌다.

오랫동안 스마트폰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우리의 삶을 극도로 개인화시키는, 끊임없이 분주하게 만드는 스마트폰이 싫었다. 버스나 지하철에 앉아서도 일을 하게 만드는 이 기기가 싫었고, 친구나 가족들과 함께 있으면서도 각자의 눈과 생각을 빼앗아 가버리는 스마트폰이 싫었다. 그러다 몇 개월 전부터 스마트폰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스마트하게 사용하고 있지는 못하다. 특히 SNS는 영 친해지기가 어렵다. 무료문자나 국제통화가 가능하다고 가입을 권하는 친구들이 많지만 아직도 거기까지는 마음이 열리지 않는다. 디지털시대에서 사물인터넷 시대로 진화하고 있는데 나는 여전히 아날로그시대에 머무르고 있고 또 머무르고 싶다. 기술을 따라가기 어렵고 이런 저런 기능을 익히는 것도 힘에 부친다.

그런데 새해가 되면서 또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화두로 우리 금융시장에도 빨리 따라 잡아야 하는 급한 불이 된 ‘핀테크(FinTech)’다.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란다. 결제, 송금, 개인자산관리 등 금융 영역에 정보통신 기술이 결합된 것으로 금융위기 이후 급속히 성장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핀테크 시장은 페이팔, 알리페이,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등 온라인 결제 서비스와 이들이 새로이 시작하고 있는 간편 소액송금 서비스가 거의 전부다. 이것 말고도 최근 범죄에 이용돼 관심을 끌었던 비트코인도 핀테크시장의 주요한 영역이다.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전자화폐의 출현은 신용카드를 제3의 화폐라고 일컫던 시대에서 전자화폐의 시대로 우리를 데려갈 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인터넷금융회사가 있다. 미국의 최대 P2P 대출업체인 렌딩클럽처럼 소셜플랫폼을 바탕으로 돈이 필요한 사람과 돈을 빌려주는 사람을 연결해 주는 기능을 제공하는 회사가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우리나라에 있었던 ‘계(契)’의 모바일 버전이라고 하면 될까.

핀테크 시대에는 전자화폐나 전자결제서비스처럼 단순히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입하고 그 대가를 지불하는 수단으로서의 기능에서 벗어나 훨씬 많은 것들이 IT기술과 결합될 것이다.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너’라는 노래 제목처럼 ‘금융회사인 듯 금융회사가 아닌 금융회사 같은 IT회사’들이 나오고 우리는 거기서 금융서비스를 이용하게 될 것이다. 인터넷, 스마트폰 등에 기반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낮은 비용과 높은 접근성 그리고 기술적 이점 등을 활용해 전통적 금융회사를 위협하고 금융회사와 정책당국은 여기에 대응하여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핀테크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고 있을까? 금융과 기술 둘 다 쉽지 않은 것이다. 금융을 알아도 기술을 모르면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고 기술은 알아도 금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좋은 서비스도 무용지물이 될 것이다. 산업육성만큼이나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소비자도 돌아봤으면 한다. 창조경제만큼이나 어려운 핀테크가 금융문맹과 정보소외를 키우지 않기를 바란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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