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위기에 빠진 넥센이 ‘영웅’을 기다리고 있다.
넥센은 시즌 초반부터 주전 선수들의 연이은 부상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까지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타선이 약해졌다. 하지만 위기는 곧 기회다. 그간 주전 선수들의 자리가 확고해 좀처럼 제 기량을 펼칠 기회를 얻지 못했던 유망주들에게는 팀의 위기가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그들이 이 기회를 잡아내야 팀도 고비를 넘길 수 있다.
톱타자 서건창의 공백을 메우는 고종욱의 활약이 더없이 반가운 이유다. 서건창은 지난 9일 두산전에서 무릎 인대 부분 파열 부상을 당해 전력에서 이탈했다. 지난해 201안타를 뽑아내며 공격의 선봉에서 빠른 발에 작전 수행 능력까지 고루 보여준 서건창의 공백은 팀으로서도 가장 뼈아픈 부분이다. 대체자를 찾기도 쉽지 않다. 서건창 부상 이후 넥센은 이택근과 김하성을 2경기씩 톱타자로 기용했지만 이들은 각각 8타수 2안타, 10타수 2안타에 머물며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새로운 얼굴이 점차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고종욱은 지난 16일부터 3경기 연속 1번타자로 선발출장했다. 16일 SK전에서는 2타수 무안타로 주춤했지만 이후 두 경기에서 9타수 5안타로 맹타를 휘둘렀다. 염경엽 넥센 감독은 지난 시즌 막판에도 ‘톱타자 고종욱’카드를 실험하며 3경기에서 선발로 냈다. 염 감독은 “고종욱이 1번에서 자리를 잡고 이어 이택근과 서건창, 박병호 순서로 타순이 연결되면 쉬어갈 곳이 없는 타선이 완성된다”며 기대를 걸었다.
빠른 발과 센스를 갖춘 고종욱에 대한 믿음이 밑바탕이 됐다. 고종욱은 지난해에는 톱타자로 선발 출장한 3경기서 무안타에 그치며 기회를 잡아내지 못했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고종욱은 “지난해는 무조건 잘하고 싶은 의욕만 앞섰다. 이번에는 하던 대로만 하자는 생각으로 바꾸고 2군에서 지난해보다 준비를 더 많이 했다. 영상도 많이 보고, 연습도 많이 하면서 타격감을 익히니 많이 도움이 된 것 같다. 부담 없이 하라는 코치님들의 조언이 많은 힘이 된다”며 미소 지었다.
눈에 띄는 유망주는 또 있다. 외국인 타자 스나이더의 부진은 걱정이지만, 외야수 박헌도가 존재감을 톡톡히 과시하고 있다. 당초 염경엽 감독은 스나이더를 6번타자로 내세울 예정이었지만 그는 11경기에서 타율 0.184에 머물며 좀처럼 힘을 못쓰고 있다. 부진한 스나이더 대신 박헌도가 주로 6번 타순에 들어서며 중심타선에 힘을 보태는 중이다. 올해 15경기에서 타율 0.351를 기록 중인 박헌도는 6번 타순에 가장 많이 들어서 타율 0.357(28타수 10안타)로 매서운 방망이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탄탄한 넥센의 외야 경쟁을 뚫지 못하고 주로 백업으로 나섰지만, 올해는 초반부터 날카로운 타격감을 선보이며 오랜 유망주 딱지를 뗄 기회를 맞았다.
이번 기회를 어떻게 넘기느냐에 따라 팀도, 개인의 운명도 달라질 수 있다. 넥센은 지난 2012년 시즌을 이틀 앞두고 주전 2루수 김민성이 발목 부상으로 이탈하는 악재를 맞았지만, ‘백업’이던 서건창이 개막전부터 선발로 나서면서 새로운 ‘영웅’을 얻은 좋은 기억도 있다.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사진=넥센 박헌도(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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