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 상인·주민 반발 계속되자
5시간 넘게 걸으며 의견 청취
"우회도로 만들고 신호체계 개선"
박원순 서울시장은 17일 서울 중구 중림동 회현동 남대문시장 일대에 현장시장실을 차렸다. 박 시장이 역점사업으로 추진하는 서울역고가도로 공원화 프로젝트에 대해 주민들의 반발이 수그러들지 않자 직접 현장을 찾은 것이다.
이날 오전 9시쯤 서소문공원에 박 시장이 도착하자 어깨 띠를 두르고 피켓을 든 채 미리 대기하고 있던 주민들이 “대체도로 건설 없는 서울역고가 공원화를 반대한다”며 소리를 높였다. 박병두 서울역고가 공원화 반대 협의회 대변인은 박 시장에게 “만리동, 중림동과 남대문 시장을 잇는 산업도로의 기능을 살리면서 공원화를 고민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박 시장은 “지역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교통 대책을 마련하겠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주민들은 물러서지 않았다.
박 시장은 이날 서소문공원을 시작으로 약현성당 등 중림동 일대와 서울역을 거쳐 남대문시장까지 5시간 넘게 걸으며 주민의견을 청취했다. 대체도로를 만들라는 시민 의견이 봇물을 이루자 박 시장은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으로 인해 교통체증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체도로를 북부역세권개발과 연계해 검토할 것”이라면서 “그 전에 전문가들과 충분히 상의해 우회 도로를 만들겠다” 고 약속했다.
이에 시는 오후 자료를 내고 서울역고가 대신 중림동 교차로-염천교 교차로-숭례문 교차로 등을 잇는 우회도로를 만들고, 신호체계를 개선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서울역 인근 5만5,000㎡ 부지에 업무ㆍ숙박ㆍ상업ㆍ문화시설 등 국제단지를 조성하는 북부역세권 개발사업에 도로ㆍ보행로 시설계획이 포함돼 대체도로를 건설하는 것이 불가능한 만큼 기존 차로를 넓히고 신호체계를 개선해 교통흐름을 분산시키겠다는 것이다.
김경호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장은 “공덕동주민센터부터 남대문시장까지 바로 연결되게 차로를 개선하면 기존 서울역고가 대비 약 7분 정도 더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박 시장은 현장에 나온 주민들에게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이 철길에 막혀 그간 낙후되고 노후화됐던 서울역 서쪽 도심재생과 상권을 살리려는 것임을 수 차례 설득했다. 박 시장은 “중구는 지리적으로 서울의 핵심 관문인데도 불구하고 서울역 철도와 고가로 단절이 나타나 쇠퇴하고 있다”면서 “서울역고가를 보행로로 만들어 지역별로 끊겨 있던 서울역 동쪽과 서쪽을 잇고, 나아가 북한산에서부터 한강까지 보행축을 이어 중구과 도시 전체를 균형적으로 발전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대문시장 상인들을 비롯한 상당수 중구 주민들은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 추진으로 인해 교통대란이 일고 인근 상권이 침체될 것”이라며 “서울역고가를 대신할 대체도로를 우선 건설해 달라”고 주장해왔다.
박시장은 당초 남대문시장을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을 반대하는 남대문시장 상인들이 진입을 거부해 발길을 돌렸다.
한편 박 시장은 이날을 시작으로 19일까지 서울역 일대를 돌며 서울역고가 공원화 사업과 관련해 현장시장실을 운영하고, 정책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2,3일차엔 각각 용산구 청파동과 마포구 공덕동 등을 방문한다.
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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