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문종에 2억 줬다" 成 주장뿐
보강 증거ㆍ진술 없어 입증 어려워
유정복 3억ㆍ서병수 2억도 미스터리
‘성완종 리스트’ 검찰 특별수사팀의 첫 수사대상으로 단연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국무총리가 꼽힌다. 돈 전달자가 특정됐다거나 돈을 주고받는 장면을 목격한 제3자의 증언이 있는 등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의 메모지와 음성녹취 파일 이외 정황증거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특수수사 경험이 많은 한 검사 출신 변호사도 “언론 보도만을 접해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홍 지사와 이 총리의 경우 소환조사가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수사 단서가 상대적으로나마 많이 있는 편이란 얘기다.
문제는 ‘대선자금’ 의혹 부분이다. 당초 이 사건이 정국에 메가톤급 파장을 일으켰던 이유도 사실은 성 전 회장의 “2012년 대선 때 홍문종 의원(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 조직총괄본부장)에게 2억원을 줬다”는 언급 때문이었다. 경우에 따라선 단순 금품 로비 가 아니라, 현 정부 출범과정의 정당성과 직결될 수도 있는 사안인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성 전 회장의 일방 주장일 뿐, 아무런 보강 증거나 진술이 없는 상태다. 성 전 회장이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밝힌 건 “2억을 현금으로 줬다”, “(돈 전달 장소는) 같이 사무실 쓰고 그랬으니까”, “(돈의 용처는) 대통령 선거에 썼다”는 정도다. 정확한 돈 전달 시점과 장소는 물론, 자신과 홍 의원 외의 다른 목격자가 있는지조차 명확하지가 않다. 문제의 2억원을 마련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성 전 회장 주변인들이 증언해 줄 수 있지만 가장 중요한 돈의 ‘전달 순간’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수사팀이 홍 의원의 2억원 수수 사실을 입증하기가 녹록지 않은 것이다.
‘성완종 리스트’에 등장하는 ‘유정복 3억’과 ‘(서병수) 부산시장 2억’ 부분은 더욱 미스터리다.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이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핵심 참모였다는 점에서 문제의 돈은 대선자금과 관련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막상 공개된 48분 14초 분량의 녹음파일에서 서 시장은 2013년 4월 이 총리에 대한 공천 부탁과정에서만 한 차례 언급됐고, 유 시장은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만을 놓고 볼 때 이번 수사가 진정한 의미에서 ‘대선자금 수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증거 부족’이라는 이유만을 들어 이 부분을 적당히 덮고 가기도 어렵다. ‘정권 눈치보기’비판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수사팀이 의혹을 해소할 증거 확보에 필사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근혜정부 출범과정의 비밀이 담겨 있을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지 판단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관측이 많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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