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앞둔 아베 요식행위 분석도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오나가 다케시(翁長雄志) 오키나와(沖繩)현 지사가 17일 총리관저에서 처음으로 만나 오키나와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 이전문제를 논의했지만 이견만 확인한 채 헤어졌다. 이달 미국 방문 전 미군기지 이전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려 했던 아베 총리의 미국행 발길이 더욱 무거워졌다.
아베 총리는 이날 회담에서 오키나와 본섬 남쪽 기노완(宜野彎)시에 있는 후텐마 미군 비행장을 섬 북쪽의 헤노코(邊野古) 연안으로 이전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며 미국과 일본 정부 합의대로 헤노코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오키나와공항의 제2활주로 정비사업을 포함한 오키나와 진흥책을 앞으로도 강력히 추진해 나가겠다”고 당근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오나가 지사는 과거 오키나와가 헤노코 이전을 받아들였다는 인식은 잘못된 것이라면서 “오키나와 지사 선거, 중의원 선거 등을 통해 헤노코 이전반대의 압도적인 민의가 드러났다”고 계획철회를 요구했다. 오나가 지사는 “오키나와 토지를 빼앗으면서, 기지가 노후화됐다는 이유로 오키나와가 미군기지를 부담하라고 하는 것처럼 불합리한 건 없다”며 “절대로 헤노코에 기지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겠다”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회담은 40분도 안 돼 끝날 만큼 냉랭했다. 아베 총리가 그 동안 외면해온 지사의 담판 요청을 수용한 것은 오는 26일의 미국 방문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중시하는 오키나와 기지이전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려는 것이다. 회담 직후 오나가 지사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오키나와 현민의 민의를 전달하도록 요청했다”고 밝혔다. 총리관저 측은 “총리가 오키나와 위령의 날인 6월23일에야 현지를 방문해 두 사람이 만날 줄 알았다”며 만남 자체에 의미를 두는 모습이다.
하지만 오키나와 현지주민들 사이에선 ‘만나봤자 아베 정권이 노력하고 있다는 요식행위에 힘만 실어줄 것’이란 만남 자체에 대한 반대의견도 만만치 않던 상황이다.
당초 미일 양국 정부는 후텐마 기지를 오키나와 내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데 1996년 합의했지만, 주민들은 일본 전체 국토의 0.3%에 불과한 오키나와에 주일 미군기지의 74%가 몰려있다며 분노해왔다. 이런 민심은 작년 1월 나고시 시장 선거, 11월 오키나와현 지사 선거, 12월 중의원 선거를 통해 계속 확인됐다.
급기야 오나가 지사는 헤노코 기지건설을 위한 지층조사 작업을 중단시키는 초강수를 뒀지만, 일본정부는 지사의 지시를 일시 무효화하는 가처분 조치로 맞섰다. 현재로선 법정투쟁에서 오키나와 주민들이 패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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