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러팔로 극중 이미지와 다른 모습
등장부터 웃겼다. 기자들 앞에 손을 흔들며 나타났다가 퇴장 방향을 몰라 허둥댔다. 분노가 솟구치면 거대한 괴물 헐크로 변하는 영화 속 브루스 배너 박사의 냉소적이고 차분한 모습과 정반대였다.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동 한 호텔에서 열린 할리우드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기자회견장에서 단연 돋보인 배우는 마크 러팔로(48)였다. 한국에 많은 팬을 거느린 동료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크리스 에번스 등의 유명세가 무색해질 정도였다. 1984년 데뷔한 연기파 배우 러팔로는 오랜 활동 이력에도 불구하고 2012년 ‘어벤져스’에서 헐크를 연기하며 국내 대중들과 친숙해졌다. 16일 다우니 주니어, 에번스 등과 함께 입국한 러팔로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어벤져스2’는 지난해 서울 새빛둥둥섬과 상암동 DMC 일대, 마포대교 등에서 16일 동안 촬영해 국내 영화팬들의 관심이 큰 작품이다.
러팔로는 어눌한 한국말로 친밀감을 드러냈다. “안뇽… 하세욥?”이라는 인사말로 시작해 전날 저녁 불고기와 함께 소주 한잔 했다며 “깐배(건배)!”를 몇 차례 외치기도 했다. 과묵하고 강력한 힘을 지닌 헐크는 간데없고 장난기 가득한 동네 아저씨만 보였다.
러팔로는 짧은 반바지만 걸친 헐크의 복장이 “솔직히 창피하다”고도 말했다. “가리고 싶은 곳은 확대하고, 보여주고 싶은 곳은 줄여서 보여주는 복장”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에번스 같은 (멋진 근육질) 몸매를 가질 수 있는 (캡틴아메리카) 복장이 탐난다”고도 했다.
압권은 ‘어벤져스2’의 조스 웨던 감독이 ‘어벤져스’ 3편에선 메가폰을 잡지 않는다는 점에 대한 반응이었다. 그는 “오! 이 사람아 안돼”라고 말한 뒤 우는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기자회견장을 떠나는 시늉을 했다. 진행자가 “역시 연기를 상당히 잘한다”고 칭찬하자 “이건 연기가 아니다”며 능청을 떨었다. 웨던 감독이 ‘어벤져스’ 3편을 맡지 않는다는 소식은 이미 기사화됐고 러팔로가 모를 수 없는 내용이다. 러팔로는 ‘어벤져스2’에 닥터 조를 연기하며 호흡을 맞춘 국내 신예 배우 김수현에 대해 언급하며 “늘 우러러보며 촬영했다”고도 말했다. 김수현의 키(177㎝)가 자신(173㎝)보다 큰 점을 우스개로 활용한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장에 함께 나온 다우니 주니어도 만만치 않은 유머를 보였다. ‘어벤져스2’에서 자신이 연기한 아이언맨 복장이 지금 서울에 있다면 “고깃집을 연 뒤 고기를 가슴에 올려놓고 팔겠다”고 말했다. 아이언맨은 가슴에 심장 대신 초소형원자로를 지니고 있다. 에번스는 “지난해 서울 촬영 때 한국팬들이 뜨겁게 환영해줘 집에 온 듯 편한 마음이었다”며 감사를 표했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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