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영광의 한빛 원전 3호기가 16일 자동으로 가동을 멈추었다. 한빛 3호기의 정지는 원자로 냉각재펌프(RCP) 제어회로에서 오신호가 발생해 냉각재펌프 가동이 중단되면서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 우선은 제어회로의 부품 고장이 오신호의 원인으로 유력하지만, 정확한 원인은 앞으로 정밀진단을 거쳐야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한빛 3호기의 가동 정지는 여러 가지로 관심과 우려를 불러 일으킨다. 우선 지난해 10월부터 7개월 동안이나 장기점검을 거쳐 12일 재가동에 들어간 지 겨우 4일 만의 일이어서 원전안전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을 자극하고도 남는다. 당시 장기점검은 증기발생기 세관(細管)이 쇳조각에 의한 부식 균열을 일으킨 때문이었다. 정기점검 과정에서 증기발생기 안에 많은 이물질이 들어있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쇳조각과 너트 1개 등 모두 89개의 이물질이 발견됐으나 기술적 문제로 51개만 제거할 수 있었다.
한수원은 남은 이물질이 증기발생기의 정상적 기능이나 안전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으나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는 이물질의 완전 제거를 요구하며 조기 재가동에 반대해 왔다. 이미 2000년에 증기발생기 내부의 이물질을 확인하고도 제거기술이 없어 그대로 둔 채 원전을 가동했던 적이 있던 만큼 당연한 우려와 반발일 수 있다. 15년 동안이나 문제를 알면서도 방치했던 전력에 비추어 재가동을 위한 안전점검이 부실하지는 않았는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재가동 승인이 적절했는지 등에 대한 의문이 일 수밖에 없다.
더욱이 지난해 증기발생기 고장에 이어 이번 고장도 핵심계통에서 일어났다. 냉각재펌프는 원자로의 냉각수를 강제로 순환시켜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증기발생기로 전달하고, 이를 다시 순환시키는 역할을 하는 핵심설비다. 방사능 안전 측면에서 보자면 증기발생기보다도 더 큰 문제다. 이번 제어회로의 오작동과 가동 중단에 따른 방사능 누출은 일절 없었다니 그나마 다행이 아닐 수 없다.
한동안 100만㎾급 한빛 3호기는 원전건설 기술자립의 상징처럼 여겨져 왔다. 순수 국내기술진에 의해 건설됐고, 한국표준형원전인 울진3ㆍ4호기의 원형이기도 했다. 그 후속형 원전의 수출이 원자력계의 당면 과제로 떠오른 지 오래다. 따라서 한국형 원전기술에 대한 국제적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한수원은 더욱 철저한 점검과 보수로 한빛 3호기에 대한 국민의 불안과 우려를 씻어야 한다.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차곡차곡 문제해결 능력과 안전기술을 쌓아 올리는 것 말고는 달리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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