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공화·상하원 공동 법안 발의
TPP 반대 민주 의원 적잖아 촉각
미국 민주ㆍ공화 양당 지도부가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과 관련, 무역협상촉진권한(TPA)을 부여키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막바지 단계에서 진통 중인 TPP 협상에 물꼬가 트일 것으로 보인다.
미국 상원 재무위원회는 오린 해치(공화ㆍ유타) 재무위원장과 론 와이든(민주ㆍ오리건) 소수당 간사, 그리고 하원의 폴 라이언(공화ㆍ위스콘신) 조세무역위원장의 합의로 행정부에 TPA를 부여하는 내용의 여야ㆍ양원 공동 법안을 발의했다고 16일 발표했다. ‘신속협상권’으로도 불리는 TPA는 행정부가 타결한 무역협정에 대해 미 의회가 내용을 수정할 수 없고, 오직 찬반 표결만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이 법안이 통과되면 막바지 단계에 이른 TPP 협상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날 내놓은 성명에서 “이 법은 과거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미래를 위한 기회를 잡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며 신속한 법안 처리를 주문했다.
그러나 민주ㆍ공화 양당의 합의는 경제적 의미를 넘어서 정치적으로도 중대 함의를 지녔다는 평가를 받는다. 민주당에는 TPP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의원이 적지 않아 오바마 대통령이 친정인 민주당 대신 공화당 지원을 받는 형국이 전개된데다가, TPP 협정을 둘러싼 민주당 진영의 분열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도 “TPP는 오바마 대통령 남은 임기 19개월 중 가장 뜨거운 이슈가 될 것”이라며 “노조ㆍ환경론자ㆍ남미계 이민자를 지지기반으로 삼는 민주당에서는 이 문제 때문에 내년 대선 과정에서 분열이 생길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다음주 TPA 표결을 앞두고, 민주당 셔로드 브라운(오하이오) 상원의원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TPA에 대한 명확한 의견을 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계도 민주당 지도부의 변심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미국 최대 단일노조인 산별노조총연맹(AFL-CIO)은 TPA 부여 법안 처리에 반대하기 위해 ‘수십만달러’규모의 정치광고를 내보내 의원들을 압박하기로 했다.
한편 공화당 지도부는 일부 민주당 의원을 끌어들이기 위해 평소 주장을 철회하고, 민주당 이탈 의원들의 주장을 대폭 반영했다. NYT는 이 법안에는 행정부에 TPA를 부여하는 대신 무역협정이 ‘인권 존중, 시행 가능한 노동 기준ㆍ환경 보호를 촉진시켜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는데, 이는 민주당 와이든 의원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다.
법안에는 또 의회가 무역협정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협정에 관한 모든 세부 항목을 대통령이 서명하기 60일 전에 일반에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모두 민주당 이탈자 체면을 세워주는 내용이라는 평가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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