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교향악단 단원들이 엉뚱한 일터로 내몰리고, 서울시향이 압수수색을 당하던 일촉즉발의 시기에 ‘한국의 오케스트라’를 강의 주제로 내걸었다. ‘음악과 권력’이란 수업을 통해 음악의 정치 사회적 현상을 다뤄온 터였다. 수강생은 음대생보다 비음대생이 더 많다.

며칠 전 조별과제로 교향악 축제를 다녀왔으니 학생들은 이제 막 오케스트라에 호기심을 느낄 찰나였다. 이 흥미를 돋울 것인지 아님 산통을 깨도 좋은지 망설이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이를테면 ‘서동시집 오케스트라’나 ‘엘 시스테마’를 다루면서 오케스트라가 사회에 전파하는 긍정적 에너지를 소개했어도 적당히 유익했을 것이다.

하지만 격랑에 휩쓸린 난파 직전의 교향악단을 모른 척 할 수 없었다. 침몰하지 않으려면 사회적 관심이 무엇보다 각성되어야 했다. 학생들에게 음악계의 치부를 고스란히 들춰서라도 조난 신호를 보내고 싶었다.

나는 철저히 음악인의 입장에서 두 오케스트라의 내홍을 설명했다. 27명의 직원 중 13명이 사표를 낼 정도로 부당한 대우를 일삼던 시향의 전 대표를 통렬히 비판했다. 예술을 이해하지 못하는 전문경영인이 경제적 효율을 앞세우며 오케스트라를 맡았을 때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는지도 일일이 열거했다. 내부의 갈등이 폭발하자 사람들은 서울시향의 공적 기능을 폄훼했고, 예산이 줄어들자 해외연주가 취소되었다. 압수수색과 출국금지까지 엉킨 현재의 상황을 설명하는데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화끈거렸다. 그간 서울시향이 이뤄놓은 음악적 성과를 전하면서는 울컥 서러움도 밀려왔다.

그렇게 음악인을 두둔하는데 혈안이 되어 KBS 교향악단의 와해를 연이어 성토했다. 이제 KBS의 67명 단원들은 악기를 연주하는 대신 엉뚱한 일터에서 전혀 새로운 업무를 익혀야 한다. 클라리넷 주자는 문자그래픽을, 첼리스트는 스포츠사업부의 행정을, 호른 주자는 국악관현악단의 운영을, 트럼본 주자는 시청자를 상담해야 하는 것이다. 사측은 효율적인 경영을 내세우며 ‘오케스트라의 법인화’를 단행했다. 99명 중 단 32명만이 법인에 합류할 정도로, 대다수 오케스트라 단원들은 사측의 일방적인 법인화에 완강히 반대해왔다. 경영 합리화는 결국 ‘노동 유연화’일 것이며 하위 3%의 단원을 매년 해촉하겠다는 낯선 규정에 동의하지 않은 까닭이었다. 사측도 강경하긴 매한가지 신입단원을 대거 선발해 아예 새 판을 짜겠다고 벼르는 중이다.

이 일을 어쩌면 좋겠냐며 잔뜩 호들갑을 떨었다. 그렇게 공감을 기대했건만 학생들의 표정은 사뭇 냉철했다. 음대생과 비음대생의 반응도 각기 달랐다. 우선 오케스트라의 법인화에 별반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법인화 이후엔 예산이 삭감되고 고용이 불안정해질 것이라 충분히 설명했는데도, 고용안정이 무조건 고착되어 버리면 자신과 같은 젊은 세대들은 어떻게 기회를 얻어 진입할 수 있겠냐 되물었다. 채용공고에 목마른 세대, 그다운 항변이어 가슴 아팠다.

학생들은 실력이 없는 사람을 매년 걸러내는 해촉 규정에 대해서도 호의적이었다. 프로야구 선수처럼 2군으로 퇴출되지 않으려면 음악가도 실력을 키워 버티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세금과 시청료로 운영되는 거대 오케스트라일수록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경영해야 한다는 일침도 들려왔다. 그간 언론을 통해 알려진 주먹구구식 사사로운 전횡이 실망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현재 두 오케스트라가 겪고 있는 내홍은 발전을 위한 과도기인가 아니면 쇠락을 앞둔 균열인가를 거칠게 물었다. 흥미로운 것은 음대생과 비음대생의 각기 다른 답변이었다. 음대생은 현재 상황을 회복 불가능으로 진단한 반면 비음대생은 발전을 위한 시행착오라 낙관했다. 다음 수업, 학생들과 함께 이 토의를 계속 이어가기로 제안했다. 우리는 서로를 얼마나 이해하고 있을까. 세대 간 갈등과 분야 간 몰이해는 이 소통으로부터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조은아 피아니스트ㆍ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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