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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시간제텔러 '0.5명의 비애'를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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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시간제텔러 '0.5명의 비애'를 아시나요

입력
2015.04.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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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우리·기업 은행 채용 급증

겉으론 정규직 타이틀 달지만

입·출금 단순업무나 허드렛일 맡겨

"우리끼린 1의 몫 못하는 0.5라 불러"

정규직 행원들도 업무 효율에 불만

6년 전 육아 문제로 은행을 퇴사한 A씨는 지난해 은행 시간제텔러로 복귀했다. 정규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으면서도 업무시간은 4시간이라는 점에 끌렸다. 그러나 최근 그는 자신이 정규직과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전 직원에게 태플릿PC를 나눠줬는데, 시간제 직원들은 제외된 것이다. A씨는 “겉으로는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한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 막상 현장에선 차별을 하면서 남 취급한 셈”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지점의 B 부지점장은 최근 고민에 빠졌다. 방문 고객 수에 비해 인력이 부족해 충원을 요청했는데, 낮 12시30분에 출근해 4시간 뒤 퇴근하는 시간제텔러가 배치된 것이다. B 부지점장은 “아침 회의에도, 제2의 업무라 불리는 마감 업무에도 참가할 수 없으니 가까스로 머릿수만 채웠을 뿐 업무의 효율성은 단 1%도 나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로 육아나 출산 등을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을 위해 마련된 은행의 시간제텔러가 애초 취지와 달리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계륵 신세로 전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사자들은 정규직과의 차별대우를 호소하는 반면, 기존 정규직 행원들은 시간제텔러가 업무 효율성을 떨어뜨린다고 불평하고 있다. 실제 시간제텔러를 0.5명이라 칭하며 기피하는 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1명의 몫을 못하니 행원들 사이에선 시간제를 0.5라 부른다”는 것이다. 정부의 숫자 늘리기 취업정책이 낳은 부작용이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현재 본사 차원에서 경력단절여성을 대상으로 시간제텔러를 채용하고 있는 곳은 신한 우리 기업은행 세 곳이다. 신한은행이 310명으로 가장 많고, 우리은행 151명, 기업은행은 97명이다. 국민은행은 올해 처음으로 시간제텔러를 포함한 시간제 근무자를 300명 채용할 예정이다.

하루 4시간 일하는 시간제텔러는 표면적으로는 정규직 타이틀을 달고 있다. 정년이 보장되고, 4대 보험에 가입하고, 시간당 임금도 정규직과 같은 수준으로 환산돼 지급된다. 하지만 공채로 채용된 일반 정규직과는 직군이 다르다. 대출, 펀드 판매 등의 다양한 영업 업무까지 소화할 수 있는 일반 정규직과는 달리 시간제텔러는 ‘개인서비스직군’으로 분류돼 입출금, 송금 업무 등 단순 업무만 맡게 된다. 이는 채용 후 1년간 계약직으로 있다가 정규직으로 전환해주는 우리은행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영업 업무를 할 수 없다 보니 시간제텔러는 지점장 부지점장 등에겐 기피대상 1호다. 한 시중은행 손모 부지점장은 “저금리로 예대마진이 줄어 비이자수익 강화를 위해 영업, 마케팅 활동이 더 중요해졌는데, 시간제텔러에게는 시킬 수 없어 꺼릴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놓았다. 일반 정규직 행원 김모(26)씨는 “안심전환대출이다 뭐다 해서 대출 수요가 폭증할 때도 시간제텔러는 관련 업무를 할 수 없는데다 퇴근도 빨라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라며 “정규직 9명에 시간제 1명이 있으면 9.5명이라고 한다”고 말했다.

동료들의 은근한 눈치 외에도 시간제텔러들의 설움은 많다. 금융권에서 10년 정도 일한 경력이 있음에도 전일제 혹은 일반 정규직으로의 전환 가능성이 희박하다. 한 시간제텔러는 “기회만 된다면 전일제로 바꾸고 싶어하는 동료들이 절반”이라고 했다. 아울러 4시간 근무에 따른 급여 차이 외에 다른 복지후생은 일반 정규직과 같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학자금 지원에서 배제한다거나, 반만 주는 식으로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시중은행 노동조합 관계자는 “원래 취지에서 벗어나 저렴한 인건비로 머릿수만 채우는 식의 변칙 고용은 고용주와 피고용자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이 당국의 눈치보기에 급급해 구색만 맞추기보다는 시간제에게도 역량에 따라 전일제 혹은 정규직으로의 전환 기회를 주는 등 근로환경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김진주기자 pearlkim7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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