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년제 대학 전임교수 80%
"위상 추락 절감" 부정 인식 확산
정원감축 등 신분에 불안감 느껴
40대 교수들 "미래 전망도 어두워"
“정부지원사업에서 돈 따오는 일에 교수들이 내몰립니다. 학교 입장에서는 돈 따오면 좋겠죠. 그런데 주니어(조교수)라서 (정부제출)보고서작업에 투입되니 연구할 시간 크게 줄어 부담스럽습니다. 돈 주시는 분들(교육부) 비위 맞춰 쓰는, 내용 없지만 미사여구만 가득한 보고서 그만 쓰고 싶습니다.”(수도권 A대학 B교수)
“교육당국이 전임교수를 확보하라며 비(非) 정년트랙을 용인해준 결과, 현재 연봉 1,200만원, 1,800만원, 2,400만원짜리 ‘무늬만 교수’들이 양산됐어요. 대학은 고학력자들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게 된 거죠.”(서울 C대학 D교수)
선망의 대상이던 교수 사회에 좌절감과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학문 연구보다는 대학의 돈벌이 활동에 내몰리면서 교수직의 사회적 위상이 추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돈 문제’로 귀착되는 대학 구조조정이 학문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 미래에 대한 전망도 암울하다는 게 현직 교수들의 생각이다.
16일 교수신문이 창간 23주년을 맞아 ‘지금, 대학교수로 살아간다는 것’이란 주제로 전국 4년제 대학 조교수 이상 전임교수 78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는 이런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설문 결과 대학교수의 위상이 낮아지고 있다며 ‘부정적 자기인식’을 하고 있는 교수는 무려 80.2%로 나타났다. 이는 2013년 조사(68.4%) 때보다 11.8%포인트나 급증한 것이다. 특히 교수 위상이 ‘매우 낮아지고 있다’는 강한 부정은 2013년 8%에서 올해 15.2%로 2배 가까이 뛰었다. ‘지식인의 죽음’, ‘대학은 죽었다’는 표현에 동의하는 교수도 10명 중 7명(70.3%)에 달했다.
미래에 대한 전망도 ‘회색 빛’이었다. ‘미래를 낙관적으로 전망하는가’라는 질문에 교수 49.8%가 ‘아니다’고 답했다. 낙관적이라는 응답은 13.7%에 그쳤다. 교수 2명 중 1명(45.5%)은 신분에 불안을 느끼고 있으며, 40대 교수의 경우 이 비율은 68.4%까지 늘어나 젊은 교수들의 불안감이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가 무엇보다 큰 것으로 나타났다. 교수의 75.8%는 정원감축과 학과개편 등 정부 주도의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학문 후속세대가 단절돼 학문 생태계가 붕괴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취업이 어려운 전공’으로 꼽히는 인문학 교수(83.0%)와 예체능계열 교수(81.5%)의 위기감이 높았다. 자연계열(75.5%)과 사회계열(74.4%) 교수들의 위기감도 못지 않았다.
문성훈 교수신문 편집기획위원(서울여대 교수)은 “구조조정 대상으로 전락한 교수들, 학교를 살리자고 지표 높이기에 앞장 서야 하는 교수들, 산업 수요에 맞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교수들, 이렇게 교수들의 자존감을 해치고 자율성을 없애는 상황에서 과연 누군들 교수를 높게 평가할 것이며, 교수 자신들은 또한 어떻겠는가”라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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