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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팽목항서 25분...유족은 없었다

입력
2015.04.16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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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년 맞아 다시 찾았지만 항의 표시로 분향소 폐쇄·자리 떠

조문·직접 위로 못하고 귀로에

"실종자 돌아올 수 있게 모든 조치, 빠른 시일 내 선체 인양 나설 것"

중남미 4개국 순방 길 올라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전남 진도항 방파제에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농민단체 깃발이 펄럭이는 가운데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진도=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1주기인 16일 전남 진도항 방파제에서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는 농민단체 깃발이 펄럭이는 가운데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진도=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를 맞아 진도 팽목항을 전격 방문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세월호 진상규명에 미온적인 정부에 항의하는 뜻으로 분향소를 임시 폐쇄하고 팽목항을 떠나 박 대통령은 방파제 앞에서 짧은 대국민 발표문을 읽은 뒤 25분 만에 팽목항을 떠났다. 박 대통령은 이어 청와대로 돌아온 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만나 국정 운영에 만전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고 남미 4개국 순방을 위해 출국했다.

박 대통령이 팽목항을 찾은 것은 지난해 5월 4일 이후 11개월만이다. 당초 박 대통령은 분향소에서 헌화와 분향을 한 뒤 희생자 및 실종자 유가족들을 만나 직접 위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가족들이 이날 분향소를 임시로 폐쇄해 박 대통령은 헌화나 분향은 물론 유가족들을 만나지도 못했다. 전라남도와 진도군이 마련한 추모식장의 세월호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 자리 역시 텅 비어 있었다.

박 대통령은 분향소 문 앞에 놓인 실종자 9명의 사진과 실종자 가족들의 임시숙소 등만 둘러본 후 팽목항 방파제로 이동했고, 사고 해역 바다를 뒤로 하고 서서 대국민 발표문을 읽었다. 박 대통령은 발표문에서 선체 인양이 기술적으로 가능하다는 정부 결론을 언급하며 “가능한 한 이른 시일 내에 선체 인양에 나서도록 하겠다”며 세월호 인양을 약속했다. 박 대통령은 또 “1년 전 오늘 우리는 온 국민에게 충격과 고통을 안겨준 세월호 사고로 너무나 소중한 많은 분들을 잃었다”며 희생자ㆍ실종자를 애도하고 희생자 유가족 및 실종자 가족에게 위로의 메시지를 전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아직도 저 차가운 바닷속에서 돌아오지 못하는 9명의 실종자들과 가족을 생각하면 가슴이 저며온다”면서 “갑자기 가족을 잃는 고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그 아픔이 지워지지도 않고 늘 가슴에 남아서 삶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제 삶을 통해서 느껴왔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실종자 9명에 대해 “정부는 실종자들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조치를 다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진도 방문에는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청와대 참모 등이 배석했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당초 계획했던 40분을 채우지 못한 채 25분 만에 팽목항을 떠났다.

박 대통령은 팽목항에서 짧은 추모 일정을 마친 뒤 청와대로 복귀해 김무성 대표와 회동하고 이날 오후 4시40분쯤 서울공항에서 콜롬비아, 페루, 칠레, 브라질 등 중남미 4개국 순방길에 올랐다. 박 대통령은 역대 최대 규모인 125개 회사의 126명이 경제사절단으로 참여하는 이번 순방을 통해 중남미 시장 개척을 적극 모색할 예정이다.

하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박 대통령의 팽목항 방문을 “진정성이 결여된 ‘나홀로 추모’”라고 비판했다. 김영록 수석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부패사건에 성난 민심을 직면하고 ‘멘붕’에 빠진 청와대의 모습이 걱정스럽고, 국민과 함께 슬퍼하지 못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안타깝다”고 밝혔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진도=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송은미기자 mys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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