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제43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가 열린 춘천 의암구장. 2층 관중석에 스피드건을 장착한 프로야구 각 구단 스카우트들이 집결한 가운데 낯익은 얼굴이 눈에 띄었다. 올해 새내기 스카우트로 데뷔 무대를 치르고 있는 전 SK 투수 이승호(39)다. 그는 지난해 7월 허리 부상을 견디지 못하고 현역 생활을 접었다. 은퇴 후 진로를 고민하던 중에 SK 구단에서 스카우트로 프런트 경험을 쌓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했고, 이승호는 흔쾌히 받아들였다.
선린상고와 단국대를 졸업한 이승호는 LG 시절 한 때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광환 감독이 팀을 이끌던 2003년엔 두 자릿수 승리(11승)을 올리고 탈삼진왕(157개)까지 차지했다. 이듬해에도 9승을 올렸지만 이후 고질적인 허리 부상 등으로 1군 경기 출전 수가 점점 줄었다. 2009년 FA(프리에이전트) 보상선수로 SK 유니폼으로 갈아입었지만 끝내 부상을 이기지 못했다. 프로 13년 통산 성적은 51승52패에 평균자책점 4.20. 탈삼진은 721개다.
복귀와 재활을 반복했던 이승호는 “몇 개 던지고 나니까 통증이 심해져 나중에는 움직이지 못할 정도였다”면서 지난 7월 구단에 방출을 자청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이승호는 “제대로 훈련을 할 수도 없는 상태였는데 구단에서 전지훈련까지 데리고 갔다”면서 구단에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지난해 12월부터 유니폼 대신 사복을 입고 구단에 출근하다가 이번 봉황대기가 스카우트 이승호의 첫 실전 무대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 가능성만 보고 나를 뽑아 주신 정성주 LG 육성팀 차장에게 늘 감사하면서 프로 생활을 했다”면서 “그래서 나도 막연하게나마 은퇴 후 스카우트를 해보고 싶었다.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승호는 “이제 사회인과 다름없다. 고등학교 야구를 안 본지가 너무 오래 됐다”며 손사래를 치면서도 “저 선수는 변화구 각도가 좋다”며 에이스 출신다운 매의 눈으로 그라운드를 관찰했다. 춘천=성환희기자 hhsung@hk.co.kr 사진=이승호 SK 스카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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