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선 8강전 제1국
백 박영훈 9단 흑 김지석 9단
장면 9 웬만한 바둑팬이라면 모두 다 잘 알고 있듯 김지석은 무시무시한 전투력으로 상대를 강하게 몰아붙여 강펀치 한 방으로 승부를 결정짓는 공격적인 기풍의 소유자인데 반해 박영훈은 정밀한 형세판단능력을 바탕으로 정면 승부를 피해 긴 바둑으로 이끌어가는 전형적인 수비형 기사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이 바둑은 백이 일찌감치 큰 집을 확보한 후 타개에 승부를 거는 ‘박영훈 스타일’로 진행된 셈이다.
흑이 패감을 쓸 차례인데 아무리 둘러 봐도 마땅한 패감이 없다. 김지석이 한참을 고민하다 1로 우변에 패감을 썼지만 백도 다음 패감이 없으므로 박영훈이 얼른 2로 패를 해소했다. 한 수 더 두면 상변 흑돌까지 잡을 수 있으므로 백이 엄청나게 이득을 봤다.
이제 흑은 우변 백돌을 다 잡아야 손해를 벌충할 수 있다. 김지석이 3으로 차단한 다음 4, 6 때 7로 단수 쳐서 필살의 의지를 보인 건 당연하다. 백의 수습이 쉽지 않아 보였는데 8 때 9가 너무 느슨했다. 당장 참고1도 1, 3이 선수여서 우하귀가 잡히므로 흑이 응수를 하긴 해야 하지만 지금은 9가 아니라 참고2도 1이 좀 더 강력했다. 실전에서는 14가 기분 좋은 패감이어서 백의 수습이 한결 편해졌다.
박영철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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