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그래픽 수준은 '넘사벽'
우리도 웹툰 활용 계속 시도해야
대중적 불구 만만찮은 세계관 갖춰
히트곡 음반처럼 반짝 흥행 지적도
이구동성 "700~1500만 호성적"
모세의 기적이 따로 없다. 충무로 기대작들이 앞다퉈 길을 터주고, 극장들은 영접 준비에 바쁘다. 황정민과 유아인을 앞세운 영화 ‘베테랑’(감독 류승완)이 개봉을 늦췄고, 김윤석 유해진 주연의 ‘극비수사’(감독 곽경택)도 정면승부를 피했다. 3월까지 별 재미를 못 본 멀티플레스 체인은 ‘흥행 황제’의 귀환만을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다.
예매율도 심상치 않다. 15일 기준 영화진흥위원회 예매율 집계에서 70% 이상을 차지했다. 예매 매출액만 벌써 19억원이다. ‘당천영화’(당연히 1,000만 영화)라는 신조어도 떠돈다. 열풍을 광풍으로 바꾸겠다는 심사인지 주연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크리스 에번스, 마크 러팔로 등이 16일 한국을 찾는다.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의 개봉(23일)을 앞둔 국내 영화인들의 심정은 복합적이다. 흥행 안마당을 할리우드 영화에 내준다는 착잡함과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를 본다는 기대가 뒤섞여 있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 무엇인지 영화인들에게 들었다.
1,000만 영화 두 편(‘해운대’와 ‘국제시장’)을 만든 윤제균 감독은 “일단 부럽다”고 말했다. 윤 감독은 “오래 전 만들어진 원작만화가 제대로 대우를 받다가 영화로 활용되는 과정에 눈길이 간다”고도 했다. ‘어벤져스2’의 제작사 마블스튜디오는 만화출판사 마블코믹스의 계열사로 마블코믹스가 만들어낸 만화 속 캐릭터들로 ‘아이언맨’과 ‘토르’ ‘캡틴아메리카’ 시리즈를 제작해왔다. ‘어벤져스’시리즈는 개별 만화와 영화 속 주인공을 끌어 모은, 마블 캐릭터의 총집합이다. 윤 감독은 “마블 캐릭터들 각각은 매력적이진 않다”면서도 “수많은 캐릭터들을 조합해 만든 ‘어벤져스’는 상상도 못했던 고급 뷔페 같은 영화”라고 호평했다.
1,000만 영화 ‘변호인’의 양우석 감독도 “한국영화도 웹툰의 적극적인 활용을 계속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 감독은 “‘어벤져스’는 캐릭터들간의 갈등을 쉽게 넘어가지 않고 시나리오 안에서 그럴 듯하게 풀어내려는 노력이 돋보인다”며 “특히 컴퓨터그래픽은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의 줄인 말로 큰 업적이나 능력을 가리킴)”이라고 평가했다.
캐릭터들의 매력이 시너지효과를 낸다는 지적도 나왔다. 조금은 망가진 듯하고 어느 면에서는 모자란 듯한 영웅 캐릭터들의 매력이다. ‘오늘의 연애’를 만든 심영 팝콘필름 대표는 “캐릭터들이 무한대의 초능력을 지니고 있지 않아 편안하고 부담이 없다”며 “슈퍼맨은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가짜라는 생각이 드나 마블 캐릭터들은 주변에 있을 것만 같아 아주 매력적”이라고 말했다. ‘고고 70’과 ‘빅매치’를 만든 심보경 보경사 대표도 “‘어벤져스’ 캐릭터 중 헐크를 좋아한다”며 “제일 비주류이고 인생의 페이소스를 갖추고 있어 연민이 간다”고 밝혔다. 심보경 대표는 “여러 캐릭터들이 합쳐졌다가 분화하며 파상공세를 하니 당해낼 수가 없다”며 “특히 ‘어벤져스’는 대중적이면서도 만만치 않은 세계관을 담고 있다”고 덧붙였다.
‘광해, 왕이 된 남자’의 제작자인 원동연 리얼라이즈픽처스 대표는 ‘어벤져스2’를 좀 냉소적으로 봤다. 원 대표는 “한국에서 지난해 촬영했다는 영화 외적인 요소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며 “여러 히트곡을 모은 컴필레이션 음반과 같아서 반짝 흥행은 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래도 영화인들은 전반적으로 ‘어벤져스2’가 흥행 호성적을 낼 것이라는데 동의했다. 심영 대표는 “적어도 700만명 이상이 볼 것”이라고 주장했고, 심보경 대표는 “1,500만명 이상 관람한다”고 예상했다. 원동연 대표는 “1,000만 관객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고, 윤제균 감독은 “600만~1,000만 정도 보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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