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예방효과 사라진 美 대량 투옥 정책, 40년 만에 폐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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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 예방효과 사라진 美 대량 투옥 정책, 40년 만에 폐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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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5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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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대 흑인 인권운동 탄압서 시작, 흑인이 수감자의 40% 이상 차지

"투옥률·범죄율 연관 없어졌다" 투옥률 26% 줄였지만 범죄율도 하락

유력 대선주자들 공약화 움직임, 내년 대선 직후 사법개혁 나설 듯

지난 40년 동안 미국 사법체계의 핵심은 ‘대량 투옥’(mass incarceration)이란 단어로 요약된다. 범죄예방을 위해 범법자를 감옥에 가둬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게 최우선시됐다는 말이다. 미국 내 투옥률이 증가할수록 실제 범죄 발생률은 하락하는 통계적 경향이 뚜렷이 나타나면서 대량 투옥은 효과적 수단으로 인식됐다. 현재 미국은 전세계 총 인구 중 5%를 차지하지만, 미국 내 교도소에는 전세계 총 재소자의 25%가 갇혀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범죄자 수감을 위주로 한 미 사법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투옥률 증가가 범죄율 하락에 미치는 효과가 현저하게 낮아지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수감자 대부분이 미국 사회의 취약 계층인 흑인이어서 미 사법체계가 백인과 흑인 간 인종격차를 유발하고 있다는 비난과 함께 교도소 재소자 관리에 쓰이는 막대한 예산도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말 치러질 미 대선 이후 미 사법체계 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도 나온다. 대량 투옥이 중요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면서 미 민주당과 공화당의 유력 대선 주자들이 잇따라 범죄자 투옥을 최소로 줄이는 방향으로 사법체계를 바꿔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초 신년 국정연설에서 “지난 40년 동안 처음으로 미국 사회에서 투옥률이 줄어도 범죄율이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면서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은 올해를 모든 미국 시민을 보호하고 봉사하기 위한 방향으로 사법체계를 개정하는 시작점으로 여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옥이 범죄율 하락에 미치는 영향 과장

미국 정부의 대량 투옥은 1970년대 인권운동에 나섰던 흑인들을 억압하던 암울한 그림자로부터 비롯됐다. 당시 인종차별 철폐를 주장하던 흑인들의 인권운동 불길이 전국으로 번지면서 미국 내 시위가 격화되자 이들을 감옥에 무차별적으로 잡아넣기 시작했다. 특히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은 1968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공약으로‘법과 질서의 회복’을 내걸었고 이후 미국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벌이면서 투옥률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1970년대 미국 교도소 수감자는 30만명에 불과했지만 1990년대에 이르자 200만명을 넘어섰다.

그런데 미국 내 투옥률이 증가하자 동시에 범죄 발생률도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범죄예방에 범죄자 투옥이 탁월한 효과가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게 된 것이다. 실제 1991년에 정점을 찍었던 범죄 발생률은 약 25년이 지난 올해 기준으로 강력범죄는 51%, 방화와 절도 등 특성 범죄는 43% 감소하는 등 모든 범죄율이 절반 가깝게 줄어들었다. 대신 같은 기간 범죄자 투옥률은 약 2배 증가했고 약 110만 명이 교도소에 추가로 수감됐다.

미 정부 관계자는 “1985년 한 해 동안 뉴욕에서 1,384건의 살인 사건이 발생했는데 비해 지난해에는 단 333건만 발생했다”면서 “미국이란 나라가 그 동안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범죄로부터 안전해진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에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투옥률 증가가 범죄율 하락에 기여하는 정도가 지나치게 과장됐다는 분석들이 잇따르고 있다. 미 뉴욕대 브레넌사법센터가 미국 사회의 범죄율 하락 원인을 분석해 올해 발표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범죄가 만연했던 1990년대에는 투옥률 증가로 범죄율이 약 5%까지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지만, 그 이후부터 현재까지 약 25년 동안에는 범죄율 하락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히려 투옥률 증가로 범죄자의 재범률이 높아지면서 범죄 발생률을 증가시킨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미국에서는 매년 약 60만명이 출소하는 데 이중 3분의 2에 해당하는 40만명이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도소가 범죄 기술을 가르치는 양성소 역할을 하고 장기 수감으로 취업 등 사회 복귀에 어려움을 겪는 수가 많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범죄율이 하락하는 데는 투옥률 증가보다는 인구 노령화와 경제발전에 따른 소득 개선과 실업률 하락, 경찰력 증강 등 더욱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실제 뉴욕시는 재정악화 문제로 교도소 관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지난 10년 동안 투옥률을 약 26% 줄였지만 같은 기간 범죄율은 28%나 떨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메사추세추, 미시건, 뉴저지 등 다른 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투옥률과 범죄율 간 상호 연관성이 사실상 없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1973년 미 대법원에서 통과된 낙태 합법화가 미국 사회의 범죄율 하락을 초래한 획기적 전환점이 됐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불우한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범죄자가 될 확률이 높은데 1973년 이후 미 전역에서 낙태가 합법화되면서 예비 범죄자의 양산을 일정 부분 막았다는 것이다.

대량 투옥, 사회에 심각한 부작용 초래

최근들어 대량 투옥이 새로운 인종차별 메커니즘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국 내 교도소 수감자의 40% 이상이 흑인이다. 교도소 수감자는 미국 성인 107명 중 1명 꼴이지만, 흑인은 14명 중 1명 꼴로 교도소에 수감돼 있다. 흑인에 대한 투옥률이 이례적으로 높으면서 대량 투옥이 흑인의 사회 진입을 가로 막는 거대한 장벽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흑인이 백인보다 더 중대한 강력범죄를 저지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투옥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예를 들어 흑인이 많이 쓰는 크랙 코카인과 백인이 많이 쓰는 파우더 코카인에 대한 형량 차이는 ‘100대 1’이다. 사법당국이 이 같은 ‘100대 1’의 형량차이를 합리화 한 이유는 크랙 코카인의 가격이 비교적 싸기 때문에 젊은이들이 더 쉽게 빠져든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는 법리적 근거가 미약하다는 지적이 많다. 오바마 대통령은 인종차별 논란이 일자 2010년 8월 공정형량법을 제정해 형량 차이를 100대 1에서 18대 1로 줄였다.

특히 미국에서는 교도소에 수감되면 투표권을 박탈당하기 때문에 흑인에 대한 투옥률이 높아질수록 이들의 목소리가 정치권에 반영될 여지는 적어질 수밖에 없다. 2000년 미 대선의 경우 플로리다주에 사는 흑인 4명 중 1 명은 수감 중이어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없었다.

이 밖에도 대량 투옥으로 인해 재소자 관리에 지나치게 많은 예산이 낭비되고 있다는 비판도 많다. 범죄자 1명을 교도소에 가두는데 드는 비용이 연간 약 2만5,000달러(약2,700만원)에 달하는 만큼 재소자를 줄이고 이를 교육이나 보건 등 사회복지 비용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부모 중 한 명이 교도소에 수감된 아이들이 올해 기준으로 약 270만 명에 달해 이들은 생계와 교육 등에서 최악의 상황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셉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미국의 높은 투옥률은 비인간적일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어처구니 없는 짓”이라며 “막대한 예산과 인적 자산이 쓰레기통으로 들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교도소 폐지 운동이 확산된다

범죄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범법자를 무조건 교도소에 수감하고 보는 미국 사법체계를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더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교도소 폐지 운동(prison abolition movement)에 열중하고 있는 사회단체들도 늘고 있다. 교도소를 아예 없애자는 게 아니라 그 교도소 시설과 투옥률 등을 지금보다 현저히 줄이고 대신 더 효과적인 범죄자 갱생 시스템을 만들자는 주장이다. 이들은 살인이나 폭력 등 강력 범죄자는 투옥하되 마약복용이나 성매매, 불법 총기류 소지 등 경미한 범죄를 저지른 이들의 수감은 자제하고 이들을 사회적 테두리 안에서 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미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나 공화당의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 등 유력 대권주자들도 이 같은 내용을 바탕으로 한 사법체계 개혁을 대선 공약으로 내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내년 대선이 끝난 직후 미 사법체계의 핵심이었던 대 투옥이 40년 만에 폐지되는 방향으로 개정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사법체계 개혁이 이뤄지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그 중 가장 큰 걸림돌은 미국 정부가 교도소 관리를 민영화에 민간 업체들에게 맡기고 있다는 데 있다. 미국 민영 교도소 1위 업체는 1983년부터 영업을 시작한 미 교정시설협회(CCA)로, 이 업체는 2011년 기준으로 연 매출 17억달러를 기록했다. 미국이 투옥률을 줄이는 사법체계 개혁에 착수할 경우 이들의 밥그릇을 뺏는 행위가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거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투옥률 증가가 범죄예방에 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꽤 오래 전부터 분석돼 왔지만 미 정부가 각종 범죄에 처벌 수위를 높이며 투옥률을 끌어 올려왔던 것도 이들의 상시적인 로비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CCA는 2012년에는 미 전역 49개 주 정부의 교도소 매입을 제안하면서 그 조건으로 모든 교도소의 재소자 수용률을 90% 수준으로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미 정부가 이 업체의 요구를 맞추려면 될 수 있는 대로 많은 범법자들을 감옥에 보내야 하는 처지이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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