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d Play (재미있는 말)
K씨는 얼떨결에 ‘노처녀’라는 말을 썼다가 혼쭐났다고 한다. 아직도 결혼하지 못했다는 의미가 차별적이라는 것이다. 요즘엔 결혼하지 않은 여성을 만혼 비혼 불혼 등으로 부르지만 용어 하나에 발끈하는 것은 세계적 현상이다. 과거 ‘노처녀’를 영어로 old maid, spinster 등으로 불렀다지만 이들 어구 속에 존칭의 의미는 적었다. old miss는 일본식 엉터리 표현이었다. ‘Maid’라는 용어에는 본래 ‘아가씨’ ‘처녀’는 물론이고 ‘하녀’라는 의미도 있어 듣기 좋은 말은 아니었다.
특히 미국에서는 ‘lady’라는 호칭에 민감한 여성들이 있다. 한 성매매 여성은 신문사로 찾아가 왜 자신을 lady 대신 woman이라고 지칭했느냐고 항의한 일도 있었는데 이 여성에게는 lady가 존칭이었던 셈이다. 영국에서도 일련의 사건들이 있었는데 ‘U vs. non-U(당신네와 우리 편)’라는 에세이에 의하면 하류층 여성은 ladies라는 호칭을 더 좋아했으며 상류층 여성들은 women을 선호했다고 한다. 19세기 말의 기록을 보아도 중상류층 여성은 가게의 여점원을 saleswomen라고 부르는 것을 선호한 반면 하류층 여성들은 salesladies 호칭을 선호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일반적인 예는 아니다. ‘우리 집 청소하는 아주머니’는 아직도 ‘my cleaning lady’라고 부르고 있고 여자 교도소는 ‘ladies prison’로 불린다. 게다가 ‘신사 숙녀 여러분’ 할 때의 ‘Ladies and gentlemen’은 하나의 굳어진 어구(set phrase)로 잘 쓰인다.
여자들끼리 ‘Hey, girls’ ‘Hey, ladies’로 불러도 화내는 여성이 있고 건물 앞에서 문을 열어주며 ‘Ladies first’라고 말하면 의아해 하는 것도 새롭지 않다. 일부에서는 ladies라는 호칭을 girls와 동일시하고 여성을 싸잡아 부를 때 쓰는 것으로 생각한다. 차라리 ‘Hey, guys’ ‘Hello, folks’ ‘Hello, everyone’이 더 낫다는 여성도 있다. ‘She’s no lady. She’s my wife’에서 lady는 아가씨나 ‘주인 없는 여성’이라는 의미도 있다. 비행기 여승무원을 ‘Stewardess’라고 부르면 화를 내기 때문에 ‘flight attendant’ 혹은 그냥 ‘Excuse me’로 부르는 것이 시대적 추세이다. 백인은 black이라는 용어를 함부로 쓰지 못하지만 흑인끼리는 black을 써도 비하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남녀나 계층을 특정하기보다는 보편적인 용어나 안전한 호칭을 쓰는 게 더 나을 지도 모른다. ‘여자 의사’를 Lady doctor라고 말하기보다 Woman doctor로 칭하는 것이 안전하다. Lady가 금지어는 아니지만 함부로 쓸 호칭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또한 시간이 지나면 용법이 바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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