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무기 수출·무역·금융 제한 풀려
대사관 개설 등 협상 급물살 탈 듯
공화당 주도 핵 합의 의회승인안
민주 의원 가세에 거부권 행사 철회
수정안에 따라 기밀사항 보고해야
북한을 뺀 이란, 쿠바 등 적성 국가와의 관계 개선을 모색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실용적ㆍ유화적 외교정책인 ‘오바마 독트린’이 14일 쿠바 쪽에서는 큰 진전을, 이란 쪽에서는 중대한 상황 변화를 동시에 겪었다. 쿠바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해 미국ㆍ쿠바 국교정상화의 큰 매듭이 풀린 반면, 이란과의 핵 협상은 사실상 의회가 최종 승인권한을 쥐게 됐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의 테러지원국 해제 방침을 최종적으로 승인하고 미 의회에 이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의회에 보낸 서한에서 “쿠바 정부는 이전 6개월 동안 국제적으로 어떤 테러지원 행위도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테러지원 행위를 하지 않을 것임을 명확히 했다”고 설명했다.
미 의회는 오바마 대통령 결정에 대해 45일 이내에 찬반 견해를 밝힐 수 있다. 그러나 승인 권한은 없다. 이에 따라 쿠바는 의회 검토기간을 거치면 1982년 테러지원국으로 지정된 뒤 35년 만에 불명예스러운 리스트에서 벗어나게 된다. 쿠바가 테러지원국에서 빠지면서 미국 국무부가 작성하는 테러지원국 명단에는 시리아 이란 수단 등 3개국만 남게 됐다. 북한은 1988년 1월 지정됐다가 2008년 10월 해제됐다.
쿠바는 테러지원국 해제로 무기 수출 금지, 무역 제한이 풀리고 미국의 금융 체계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또 미국과의 국교정상화 협상에서 쿠바가 강력하게 요구해온 사안 중 하나인 ‘테러지원국’ 해제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대사관 개설 등 두 나라 협상은 급물살을 타게 됐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공화당의 주요 대선 주자들은 “북한에게 무기를 파는 나라와 의회 승인도 없이 일방적으로 협상하고 있다”고 일제히 비난했다.
한편 이란 핵 협상을 둘러싼 공화당과의 갈등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한발 물러섰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공화당이 주도하는 ‘핵 합의에 대한 의회 승인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입장이었으나, 일부 민주당 의원마저 상대 진영에 가세하면서 거부권 행사 방침을 철회했다.
상원 외교위원회는 이날 이란 핵 합의 의회승인법안의 수정안을 마련해 소속 위원 19명 전원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크리스 쿤스(델라웨어) 의원 같은 민주당 인사마저 “행정부가 공화당 의원을 설득하지 못하는 내용이라면, 그 협상은 실제로 나쁜 협상”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을 압박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민주당 이탈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공화당 소속 밥 코커(테네시) 외교위원장이 의회 검토 기간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하고 제재 해제 기준을 완화한 것도 보기 드문 만장일치 통과를 실현시켰다.
이쯤 되자 오바마 대통령의 선택지는 크게 좁아졌다.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공식 표결 직전 “당초 공화당 안보다 누그러진 내용의 수정안이 유지된다면 오바마 대통령이 서명할 것”이라고 물러섰다. 상원은 외교위에 이어 전체회의에서도 수정안을 통과시켜 행정부로 넘길 방침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행정부는 이란과의 최종 합의를 기밀 사항까지 모두 의회에 보고해야 한다.
워싱턴=조철환 특파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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