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이 매출 증대를 위한 필사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깎아주고 더 주는 건 기본이고 노마진 세일까지 단행할 정도다. 그만큼 환경이 극박하다. 국내 4대 백화점(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의 경우 성장세를 근근이 유지하고 있다. 2014년의 경우 명품샵의 매출이 늘지 않았으면 매출은 마이너스로 떨어질 뻔 했다. 백화점의 매출이 정체된 원인은 구조적인 문제와 시대적인 이유가 겹쳐서다.
▲백화점의 쇼윈도화
백화점의 매출 하락은 이미 예견됐다.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실속 구매가 자리를 잡았다. 최근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비싼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보고 가격이 더 싼 온라인에서 구매한다. 백화점매장이 쇼윈도로 전락한 것이다. 롯데백화점의 경우 매출 신장률은 2013년 3.9%에서 2014년 1.5%로 줄고 올해 1~3월 0.3%로 떨어졌다.
가장 큰 원인은 온라인 시장의 성장이다. 온라인 시장은 이미 거대 유통의 매출을 뛰어 넘었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조사 동향에 따르면 작년 국내 온라인 쇼핑몰 거래액(45조2,440억원)과 온라인을 통한 해외 직접구매액(1조6,600억원)을 더하면 46조9.040억 원으로, 백화점·대형마트 거래액인 46조6,364억원을 넘는다.
유통관계자 A는 "아웃도어 시장을 예로 들어보자. 매장을 찾는 고객들의 과반수가 물건만 본다. 그리고 마음에 드는 물건의 모델 넘버를 입수한다. 구매는 온라인에서 한다"고 밝힌 뒤 "매장점주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점주들도 온라인으로 물건을 팔기 위해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한다. 백화점도 같은 메커니즘으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옴니채널 도입
백화점들은 눈물겨운 노력을 시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게 옴니채널이다.
'옴니(omni)'는 모든 것을, '채널(channel)'은 상품의 유통 경로를 의미한다. 백화점이라는 오프라인 기반은 물론 인터넷과 모바일 등 모든 채널로 상품을 판다는 얘기다. 백화점도 물불 가리지 않고 승부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옴니채널 가운데 온라인으로 사고 백화점 매장으로 가서 상품을 찾아가는 '스마트 픽업' 서비스가 최근 인기다. 오프라인에서 사이즈·색상 선택과 함께 수선 서비스가 가능하고 온라인으로 싸게 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저렴한 온라인 가격으로 백화점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게 특징이다.
롯데백화점·갤러리아백화점도 옴니채널을 더욱 활성화 시킬 계획이다. 롯데백화점은 노원점·수원점·에비뉴엘월드타워점을 뺀 전국 30개 매장으로 이 서비스를 확대했다.
편의성도 극대화 시키고 있다. 롯데백화점 대부분이 점포 내 브랜드 매장 위치와 길 안내를 해주는 '스마트 비콘 서비스'를 한다. 현대백화점은 고객이 매장 방문 때 할인정보와 사은품 제공을 알려주는 '스마트 알림 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노마진세일
마진을 포기하는 영업 전략도 나왔다.
갤러리아백화점은 19일까지 이월 특집전을 준비했다. 압구정 명품관 웨스트 2층에서는 18일부터 '겐조'의 2013∼2014년도 이월 상품을 50∼70% 할인 판매한다. 현재 진행 중인 'MM6'의 2014년도 이월 상품 50% 할인전도 19일까지 계속된다. 대전 갤러리아타임월드 2층 명품 매장에서는 '소니아리켈', '라우엘', '파비아나필리피' 등의 봄 이월 상품전이 열려 50∼7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롯데백화점은 17~19일 모든 매장에서 남성패션·스포츠·아웃도어·골프 상품군의 봄 신상품 100개 품목을 10~60% 할인 판매한다. 또 17~19일 서울 컨벤션센터 세텍 제3 전시관에서는 10~12일 1차에 이어 2차 '블랙쇼핑데이' 행사가 열린다. 롯데백화점이 노마진 세일에 나선 것은 지난 2000년대 초 이후 거의 14년만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가격을 최저 수준으로 낮추기 위해 백화점의 마진을 포기하고 40억 원 정도의 상품을 준비했다"며 "카드 수수료 등은 백화점이 부담하는 만큼 사실상 팔면 팔수록 손실을 보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복합쇼핑몰로 변신 노려
복합쇼핑몰도 백화점 업계의 생존 수단 중 하나다. 기존의 백화점은 도심에 위치해 자리를 잡기 어렵고 비용도 많이 든다.
복합쇼핑몰은 부지매입 비용이 저렴한 서울 외곽에 위치한다. 복합쇼핑몰은 초기 투자비용이 상대적으로 낮고 서울은 물론 지방 고객까지 흡수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쇼핑만이 아니라 문화·외식·엔터테인먼트를 한 공간에서 즐길 복합쇼핑몰에 대한 선호도가 커지는 것도 변신의 이유다.
복합쇼핑몰에는 백화점·쇼핑몰·마트·호텔·문화홀·영화관까지 갖춰져 있어 쇼핑몰에서 하루를 보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곳은 백화점 업계 선두인 롯데다.
롯데는'롯데몰 김포공항', 롯데몰 수원점', '롯데몰 동부산점'이 이미 개장했고 2017년까지 서울 상암DMC지구, 경남 김해, 경기 파주, 경기 오산, 인천터미널단지, 경기 의왕 등에도 복합쇼핑몰을 차례로 개장할 계획이다.
▲하락세 막기 어려울 것
눈물겨운 노력을 펼치고 있지만 당분간 하락세를 막아서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기본적으로 끝없는 경기 하강이 문제다. 업계 전문가 B는 "현 상황은 마른 수건에서 물을 짜내는 것과 마찬가지다. 불황이 물러가고 고용이 안정되는 게 가장 빠른 방법이다"며 "백화점들이 고소득층과 외국인 관광객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 C는 "결국 매출 정체로 인해 대형 유통사들이 면세점에 사활을 걸게 됐다. 젊은 층이 취업이 안되면서 쓸 돈이 없는 것도 문제"라고 짚었다.
채준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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