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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간선택제 일자리 늘려라

입력
2015.04.15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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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여성의 몫으로만 여겨왔던 자녀 양육을 아버지가 전담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를 돌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일ㆍ가정 양립의 소중함을 새삼 느낀다.

국내에서 2013년부터 시행된 0~5세 보육 및 양육지원은 스웨덴 등 북유럽 복지선진국과 비교해도 뒤떨어지지 않는 정책이다. 영유아에게 보편적 공보육 서비스를 지원함으로써 부모의 노동권과 부모권을 보장하고 있다. 특히 육아휴직제도의 경우 부모 개별권리로 각 12개월이 보장해 부모 모두 사용할 경우 최대 2년까지 자녀를 돌볼 수 있다. 가족친화기업 인증 및 근로시간 단축제 운영 등 다양한 형태의 일ㆍ가정 양립 제도도 시행되고 있다.

그런데 지금도 여전히 많은 직장 여성들은 일ㆍ가정 양립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왜일까.

우선 우리 사회가 일ㆍ가정 양립을 여성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다양한 변화 중에서 속도가 가장 지체된 영역이 성 역할 변화다. 특히 남성의 가족생활이나 육아 참여는 매우 저조하다. 한국 남성의 가사노동시간은 여성의 5분의 1 수준이고, 평일 남성 근로자들이 자녀와 보내는 시간은 평균 1.65시간에 불과하다. 남성 육아휴직 이용률은 4.4%로 스웨덴 남성의 육아휴직 이용률 44.0%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장시간 근로와 전일제 근로 중심의 경직된 근무형태는 일ㆍ가정 양립을 매우 어렵게 한다. 지난 10년간 장시간 근로 개선정책이 추진돼왔지만 남녀 근로자들은 정시 퇴근은 고사하고 밤 9시, 10시까지 야근하기 일쑤다. 2013년 기준으로 여전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근로시간 최장 국가군에 속한다. 기업의 유연근무제도 중 하나인 시차출퇴근제의 경우, 우리는 7.6%로 스웨덴의 7분의 1에 불과하다.

장시간, 전일제 근로의 경직성을 탈피해 노동시간 단축 및 고용 지위와 근로조건에 차별 없는 시간선택제 일자리를 확대해야 한다. 많은 회사들의 퇴근 시간인 오후 6시 정시 퇴근이 가능해야 부모가 학교에서 돌아온 자녀를 돌볼 수 있다.

이러한 다방면의 일ㆍ가정 양립 제도가 정착하려면 기업의 참여가 중요하다. 그러나 기업은 일ㆍ가정 양립 제도를 비용부담으로 인식하고 있어 제도 확산에 어려움이 크다. 중소기업의 경우 이런 사정이 심각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4년 연구에 따르면 가족친화인증기업은 비인증기업에 비해 직무 만족도, 조직 헌신도, 일ㆍ가정 양립 만족도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기업성과가 높게 나타난다.

올해 초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개최한 신년 인사회에 참석한 여성 경영자의 제언이 기억에 남는다. 그는 “근로자가 행복해야 기업이 발전한다”는 생각에 자녀 출산ㆍ양육 지원, 탄력 근무제도, 근로자 심리상담제도, 가족사랑의 날 시행 등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문화와 가족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자 노력했고, 그 결과 2014년 여성가족부 가족친화인증기업으로 선정돼 근로자들이 더 자부심을 갖고 일하게 되었으며, 생산력도 향상되어 회사 수익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일과 가정이 양립하려면 가족, 사회, 기업이 모두 변해야 한다. 가족에서는 남성의 가족생활이나 육아 참여를 북돋우고, 사회적으로는 일ㆍ가정 양립을 남녀 공동의 문제로 이해해 적극적인 해결책을 만들어가야 한다. 기업은 일ㆍ가정 양립 지원이 근로자와 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전략이 될 수 있음을 깨닫고 바뀌어야 한다.

일ㆍ가정 양립 제도가 확산돼 임신, 출산, 육아기간에도 여성이 경력 단절을 겪지 않는다면 출산율 또한 높아질 것은 분명한 일이다. 저출산 문제 극복뿐만 아니라 현재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인 고용률 70% 로드맵 달성 또한 수월할 것이다. 행복한 대한민국의 미래는 바로 일ㆍ가정 양립 확산에 해법이 있다.

이명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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