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출장 정지 징계에 관한 규정을 개정했다. 빈볼 퇴장으로 징계가 유력한 이동걸(32ㆍ한화)도 혜택을 입게 될 전망이다.
10개 구단 사장들은 지난 14일 열린 KBO 이사 간담회에서 “1군 엔트리에 등록하지 않아도 그 팀의 1군 경기 수가 지나면 선수 개인의 출장 정지 제재도 끝나는 것”으로 확정했다. 예컨대 A 선수가 5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을 경우 엔트리 등록 여부와 상관 없이 팀이 5경기를 치른 뒤에는 1군에서 뛸 수 있게 됐다. KBO는 15일 열리는 이동걸 관련 상벌위원회에 맞춰 이 같은 내용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이는 예전 규정과 큰 차이가 있다. 그동안 대회요강 제24조 ‘구장 질서를 문란케 한 자에 대한 처벌’에는 “현역선수 명단에 등록된 선수가 제재를 받은 경우 엔트리 말소는 가능하나 출장 정지 제재 게임수는 1군에 등록된 시점부터 연속으로 적용한다”고 나와 있다. 만일 B 선수가 5경기 출장 정지를 받았다면 이 기간 1군 엔트리에 이름을 넣고 있어야만 징계가 끝나는 것이다. 해당 팀 입장에서는 B 선수를 내보내지 못하면서도 엔트리 한 자리는 차지하고 있어 경기하는 데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해 빈볼과 관련해 5경기 출장 정지를 받은 정찬헌(LG)도 4월21일 징계가 확정되자 3경기(4월22~24일) 동안 엔트리에 이름은 올려 놓고 뛰지 못했다. 이후 4월25일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뒤 5월6일 콜업됐고, 남은 출장 정지 경기수인 2경기를 채우고서야 5월8일부터 뛸 수 있었다. 이런 조항이 이동걸에게도 적용될 경우, 사실상 올해 1군에서 그를 볼 수 없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다.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치는 마운드 사정상 투수 1명의 존재가 소중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9월 확대 엔트리가 적용돼야 이동걸이 1군에 올라와 징계를 소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번 KBO의 규정 개정으로 한화는 상벌위원회가 몇 경기 출장 정지를 내리든, 그 숫자만큼 경기를 치르고 나서 이동걸을 콜업하면 된다.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 10일 동안은 다시 등록이 안 되기는 하지만 엔트리 한 자리를 낭비하지 않아도 돼 부담은 크게 줄었다.
이번 규정 손질은 지난달 초 단장 모임인 실행위원회에서 도핑 선수에 관한 처벌을 논의하면서 움직임이 시작됐다. 도핑에 적발된 선수는 현 규정상 1회 때 명단 공개 및 출장 정지 10게임, 2회 때 명단 공개 및 출장 정지 30게임, 3회 때는 명단 공개 및 영구 제명의 제재를 받는다. 이럴 경우 30게임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선수는 사실상 은퇴를 해야 한다. 반도핑 규칙을 어긴 선수를 위해 그 많은 기간 엔트리 한 자리를 낭비할 구단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단장들은 엔트리에 이름을 올리지 않더라도, 해당 선수가 2군에 머물며 온전히 출장 정지 징계를 받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 최종 결정을 하는 자리인 이사 간담회에서도 OK 사인이 떨어졌다.
함태수기자 hts7@sporbiz.co.kr 사진=한화 이동걸(가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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