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밀 유출 등 책임 못 물어"
정보보호협정 재추진 요구
일본은 한국과 공유한 군사비밀이 유출될 경우 관련자를 형사처벌하기 위해서는 2012년 무산된 정보보호협정이 필요하다고 우리 측에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2월 체결한 한미일 정보공유 약정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이는 협정이 아닌 약정만으로도 일본과의 군사정보 공유에 문제가 없다는 정부의 설명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외교 소식통은 14일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으로는 한국에 넘긴 비밀에 문제가 생겨도 책임을 물을 수 없기 때문에 한국을 믿을 수 없다는 게 일본 정부의 판단”이라며 “형사처벌 조항이라도 넣어야 한국과 정보를 교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소식통은 새로 체결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에 대해서도 “미국을 통해 한일 양국이 정보를 주고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비효율적”이라며 “중간에서 미국만 이득을 보는데 한일 간에 얼마나 군사정보를 공유할 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일본이 한국과의 정보보호협정을 고집하는 것은 비밀 유출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2012년 마련한 협정 초안에는 어느 한쪽이 제공한 비밀에 대해 국내법에 따라 보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혹시 모를 분실이나 훼손의 가능성까지 조사해 상대국에게 통보하도록 돼 있다. 특히 보안대표를 상대국에 파견해 보안수준을 평가하고 비밀유출 우려를 미연에 차단하는 장치까지 마련해뒀다. 결국 일본이 자신들의 보안지침에 따라 우리 정부에 제공한 비밀을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지난해 체결한 한미일 정보공유약정은 국내ㆍ국제법적으로 당사국에 구속력을 갖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또한 비밀의 등급을 중간자인 미국이 정하는 방식이다. 이렇다 보니 약정에 담을 군사비밀의 범위를 놓고 한일 간의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부는 일본과 마찬가지로 구속력 있는 정보보호협정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국회 동의가 필요한데다 졸속추진으로 역풍을 맞았던 사안인지라 여론의 눈치만 보고 있다.
한편 이날 한일 외교ㆍ국방당국 간 안보정책협의회에서 우리 측은 일본의 역할 확대를 담은 미일 방위협력지침 개정에 대해 “한반도와 관련될 경우 우리의 요청이나 동의가 없으면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일본 측은 “평화헌법 정신을 견지하면서 투명하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답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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