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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 이어… 세월호 추모식, 장관들도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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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대통령 이어… 세월호 추모식, 장관들도 안간다

입력
2015.04.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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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출장·국회일정 등의 이유로

日 대지진 1주기 추모 땐

요양 중이던 일왕도 참석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가 바다에 잠기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가 바다에 잠기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1주기인 16일에 남미 순방을 떠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관계 부처 장관들도 해외 출장이나 국회 일정 등으로 대부분 추모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고위 인사들의 세월호 1주기 추모는 유가족뿐 아니라 우리 사회에 넓게 번진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데도 정부가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14일 각 부처에 따르면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5일 국제통화기금(IMF) 총회 참석차 미국으로 출장을 떠난다. 유가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담당하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16일 오전 10시부터 국회 본회의 교육ㆍ복지ㆍ사회ㆍ문화 부문 대정부 질문에 참석, 이날 하루 종일 국회에 있을 예정이다.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은 16일 별도의 추모 행사 참여 없이 박 대통령의 남미 순방에 동행한다.

세월호 참사의 소관부처라 할 수 있는 국민안전처는 이날 추모행사가 아닌 ‘국민안전 다짐대회’라는 일종의 홍보행사를 열기로 해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조차 이 행사를 거론하며 “1주기 행사와 관련해 걱정이 많다”면서 “세월호 참사 1주기 추모제를 안산에서 정부가 공식적으로 주관해 개최해달라”고 건의하기도 했을 정도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이 행사에는 박인용 안전처 장관,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참석한다. 세 장관 모두 별도의 추모 행사 참여 계획은 없다. 관계 부처 장관 중 세월호 1주기 당일 추모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전남 진도군 주최 추모제에 참석하는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정도다. 해수부 관계자는 “14일 오전까지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진도 추모제에 가야 할지, 정부가 주관하는 국민안전다짐대회에 갈지 고심을 거듭하다 추모제에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국회 대정부 질문에 참석해야 하는 황우여 부총리는 14일 안산 합동분향소를 미리 방문했다. 김희정 여가부 장관도 당초 일정이 없었으나 15일 안산 건강가정지원센터와 합동분향소를 방문하기로 14일 결정했다. 교육부와 여가부는 피해 학생 및 가족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맡고 있다.

생존자 및 유가족의 치료비 지원, 심리치료 등을 담당하는 복지부의 문형표 장관은 16일까지 추모 일정이 전혀 없다. 세월호 유가족들의 휴직ㆍ휴업 지원을 해 온 고용노동부 이기권 장관 역시 추모 행사에 참석하지 않는다.

정부는 세월호 참사 당일 밤 이주영 당시 해수부 장관을 본부장으로 한 범정부사고대책본부(범대본)를 꾸려 지난해 11월까지 가동했었다. 교육부 복지부 여가부 등 관계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20개 기관이 참여한 범대본은 유가족에 대한 생활안정자금 지원, 심리치료 뿐 아니라 수색구조에 참여한 어업인 보상, 진도 지역 어업인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특별정책자금 등을 지원하며 세월호 참사 수습에 함께 나섰다. 또 교육부, 복지부, 여가부는 합동으로 중앙재난심리지원단을 구성해 심리치료에 나섰고, 복지부는 별도의 사고수습대책본부를 꾸려 의료ㆍ심리ㆍ장례 지원을 해왔다. 하지만 정작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범대본에 참여했던 부처들은 하나같이 추모행사를 외면하고 있는 것이다.

1주기 당일 대정부질문 일정을 잡은 국회 여야 원내대표단 역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국회 원내대표단은 지난달 16일 주례회동에서 대정부질문 일정을 세월호 1주기와 겹쳐 잡았다. 원내대표단 관계자는 “공무원연금개혁 특위 일정에 맞춰 국회 본회의 일정을 잡다 보니 1주기와 겹친 것 같다”며 “1주기 당일 관계 부처 장관들에게 세월호에 대한 질의를 하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동일본 대지진 1주기였던 2012년 3월11일 노다 요시히코 당시 일본 총리를 비롯해 아키히토 일왕 부부 등 주요 인사 1,200여명이 도쿄국립극장에 모여 추모식을 거행했다. 이들은 대지진 발생시각인 오후 2시46분에 맞춰 1분간 2만여명의 사망ㆍ실종자를 위해 묵념을 했다. 특히 고령의 아키히토(82) 일왕은 추모식 3주전 심장수술을 받아 요양 중이었음에도 직접 추도문을 낭독하며 희생자를 애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세월호 1주기 추모행사 홀대에 대해 “중요한 치유 기회를 놓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현 건국대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대형 참사 후 1년이 지나면 유가족이나 사회 구성원들이 어느 정도 이전의 삶으로 돌아가는 게 일반적인데, 우리 사회가 아직도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는 것은 충분히 애도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1주기를 맞아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 지도층이 진심 어린 애도를 표한다면 사회적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고려대병원의 한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부 지도층 전체가 추모식에 참여하는 과정 자체가 당사자뿐 아니라 전 국민의 상처를 치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관련칼럼 보기 ▶ 세월호를 기억해야 하는 이유

▦세월호 1주기 당일 관련 부처 장관 일정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세종=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양진하기자 realh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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