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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증 걸린 지상파

입력
2015.04.14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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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자 반응 떠보기 파일럿 봇물

시청률 기대이하 땐 즉시 폐기

케이블·종편 따라가려다

단명 프로 늘어 방송주기 3개월

지상파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방영 주기가 3개월도 안 되게 짧아지고, 파일럿 프로그램이 남발하고 있다. 사진은 4부작 파일럿 KBS2 '두근두근 인도'. KBS제공
지상파 방송사들의 프로그램 방영 주기가 3개월도 안 되게 짧아지고, 파일럿 프로그램이 남발하고 있다. 사진은 4부작 파일럿 KBS2 '두근두근 인도'. KBS제공
13회 만에 종영하는 MBC '나는 가수다3'. MBC 제공
13회 만에 종영하는 MBC '나는 가수다3'. MBC 제공
1회 파일럿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SBS 제공
1회 파일럿 SBS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 SBS 제공

지상파 방송이 갈수록 체면을 구기고 있다. 정규 편성 전 시험 방송으로 내보내는 파일럿 프로그램만 많아지고, 편성되더라도 짧은 시기에 막을 내리는 등 불안정한 편성을 보이고 있다. 케이블 방송이나 종편과 구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케이블 따라가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지상파는 대개 정기 개편 단위인 6개월 이상을 내다보고 프로그램을 제작했다. 새 프로그램을 만들 땐 장기적으로 보다 폭넓은 연령층을 고려해야 했다. 그런데 케이블과 종편이 20~30대 시청층을 겨냥하는 프로그램으로 광고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자 최근엔 이를 따라가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젊은 층을 겨냥한 예능 위주의 파일럿을 만들고, 시청률에서 밀리면 가차없이 싹둑 잘라 폐기처분하는 식이다.

5월 봄 개편에 앞서 가장 많은 파일럿을 선보이는 건 공영방송 KBS다. 샤이니의 민호, 슈퍼주니어의 규현, 동방신기의 최강창민 등 아이돌 그룹의 멤버 6명이 한류를 전파한다는 내용의 ‘두근두근 인도’, 이경규 장동민 유상무 등 캐릭터가 비슷한 연예인들이 짝을 이뤄 자신을 돌아보는 예능 ‘나를 돌아봐’는 4부작으로, 조민수 김현주 손태영 등 6명의 여배우들이 액션 연기에 도전하는 ‘레이디 액션’은 2부작으로 전파를 탄다. KBS 교양국도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강력 미제사건을 재조명하는 범죄전문 프로그램 ‘공소시효’를 2부작 파일럿으로 준비 중이다.

SBS도 지난달 유재석과 김구라를 MC로 기용한 고민해결 토크쇼 ‘동상이몽, 괜찮아 괜찮아’를 1회 파일럿으로 내보내 5%대의 시청률 간을 봤다. SBS는 내부적으로 ‘나쁘지 않다’는 평가여서 정규편성으로 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파일럿이 많다는 것은 폐지되는 프로그램 또한 그만큼 많다는 뜻이다. 그런 점에서 MBC가 뼈아프다. 예능·교양국 PD들이 의기투합한 ‘일밤-애니멀즈’는 3개월 만에 10부작의 짧은 여정으로 폐지됐고, ‘띠동갑내기 과외하기’는 총 21회로 끝맺었다. ‘나는 가수다 3’ 역시 24일 13회를 끝으로 종영한다. ‘나는 가수다’의 제작진은 “원래 시즌제 개념으로 프로그램을 제작했기에 총 10부작 내외로 방영할 예정이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낮은 시청률과 관련이 있다. ‘일밤-애니멀즈’는 평균 2~3%, ‘띠동갑내기 과외하기’는 1~2%, ‘나는 가수다 3’는 4%대로 저조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12회가 방영된 예능 ‘투명인간’, 10부작의 ‘용감한 가족’ 등이 줄줄이 종영한 KBS도 마찬가지다. 방영 주기가 3개월 가량으로 케이블이나 종편 방송 주기와 비슷한 형편이다. KBS의 한 관계자는 “광고시장에서 지상파의 영향력이 떨어지면서 방송 패턴까지 변화를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공익성과 유익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공영방송의 역할은 완전히 간과되고 있다. 프로그램의 질과 공익성을 보장하기 위한 장기 기획은 실종된 채 광고 판매에만 열을 올리느라 파일럿을 띄우고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추혜선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총장은 “공영방송답지 않게 지상파의 콘텐츠가 질이 낮은 탓에 시청자가 케이블과 종편으로 옮겨가는 상황”이라며 “파일럿 등으로 더 좋은 프로그램을 발굴하려는 게 아니라 광고 수익만을 위한 전략을 쫓다가는 시청자들로부터 더욱 외면 받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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