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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으로 한국 읽기] 국가 농간을 방관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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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14 1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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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은 국가란 탈을 쓴 기득권 세력의 농간이 어떻게 국민을 이간해 변화의 동력을 상실케 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둔 지난달 말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된 세월호 희생자 추모 조형물 뒤로 해가 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지난 1년은 국가란 탈을 쓴 기득권 세력의 농간이 어떻게 국민을 이간해 변화의 동력을 상실케 하는지 확인하는 시간이었는지 모른다. 세월호 참사 1주년을 앞둔 지난달 말 전남 진도군 팽목항 방파제에 설치된 세월호 희생자 추모 조형물 뒤로 해가 지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기득권 민낯은 국가-탈 뒤에 숨어 있다. 그래서 농간이 통한다. 그렇게 비극은 지겨워진다. 삶도 팍팍해서다. 연민마저 지니기 버거울 정도로. 하지만 방관은 비극으로 내게 돌아온다.

“참사 1주기를 맞아 유가족들의 얘기가 부각되고, 슬픔을 되새기는 행사들이 잇따르면서 다시 “지겹다”는 얘기가 들린다. 나라 살림도 쪼들리는데 거액을 들여 굳이 인양을 해야 하냐는 현실론부터 보상금이 너무 많다는 비난까지, 다들 돈 타령이다. 우리는 돈보다 먼저 난 인간이라는 사실에 대한 망각은 참사에 버금가는 이 사회의 비극이 아닐 수 없다. (…) 여론에 떠밀리고 정략적 계산까지 더한 대통령 한마디에 득달같이 내놓은 인양 계획, 주객전도의 극치를 보여주는 특별법 시행령, 도의조차 저버린 보상금 발표는 지겨움을 유발하는 주범이 누구인지 확실히 증언한다.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된 날로 인양 계획 발표를 앞당긴 건, 논란의 여지는 있지만 세월호를 대하는 정부의 태도를 가늠할 수 있다. 국가라는 탈을 쓴 기득권 세력의 ‘지겹게 하기’ 전략은 도처에서 목도할 수 있다. 그것의 목표는 분열 조장과 문제 해결의 외면이다. 연대와 연민을 야금야금 갉아먹어 우리를 자본의 노예로 강등시킨다. (…) 당장 먹고 살기도 벅찬데 세월호가 지겹다면 너무나도 유명한 신학자 마르틴 나묄러의 시를 작금의 현실에 빗대 음미하길 권한다. ‘나치가 공산주의자를 잡아갔을 때/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나는 공산주의자가 아니었으니까/(…) 그들이 유대인을 잡아갔을 때/나는 방관했다/나는 유대인이 아니었으니까/그들이 나를 잡아갔을 때는/항의할 수 있는/그 누구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 누구도 남아 있지 않았다(한국일보 ‘36.5°’ㆍ고찬유 경제부 기자) ☞ 전문 보기

“어쩌면 지난 1년은 국가가 국민을 어떻게 버리는가를 고통스럽게 확인하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냉혈한 국가, 배반의 정치, 기만의 정부를 국민의 가슴속에 심는 시간이었다. 지난 1년간 세월호 프레임은 우리에게 세 가지 유형으로 다가왔다. (…) 고장난 정부의 자성은 대통령의 국가개조론으로 이어졌다. (…) 국가개조론은 국민의 기대를 묶는 하나의 프레임이 되었다. 세월호 정국이 길어지면서 ‘국가 개조의 프레임’은 국민들에게 증오와 적대를 심는 새로운 프레임으로 바뀌었다. 대통령은 여야의 특별법 합의를 재촉했고 보수 언론은 ‘세월호 피로증’을 언급했다. (…) 세월호의 유족이나 그들과 함께하는 시민들은 더 이상 대통령과 여당의 국민이 아니었다. 정부와 여당이 국민들을 둘로 갈라 적대를 만드는 ‘두 국민 프레임’을 확산시켰던 것이다. 국가 개조의 프레임과 두 국민 프레임은 이제 ‘망각의 프레임’으로 바뀌고 있다. (…) 정부의 입장은 이제 잊을 건 잊고 산 사람이 사는 쪽으로 생각할 때가 되었다는 강력한 메시지로 읽힌다. 망각의 프레임을 강요하는 것이다. (…) 망각의 프레임은 증오의 프레임을 잉태할 수 있다. (…) 겉으로 드러난 어떤 지표들보다 세월호 프레임의 변화는 우리 사회의 내면이 갈라지고 깨어지는 균열의 과정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 가학적 정부의 보이지 않는 고문이 국민들을 갈라 그 상처로 인한 증오와 적대가 어떻게 쌓이는지를 온전히 확인한 1년이었다.”

-세월호 1년, 다시 국가를 묻는다(경향신문 ‘시론’ㆍ조대엽 고려대 노동대학원장(사회학)) ☞ 전문 보기

박근혜 대통령은 2004년 3월 한나라당 대표 당선 직후 국회 앞 당사를 매각하고 여의도 공터에 설치한 천막으로 당사를 이전했다.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씻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사진은 박 대통령 등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여의도당사에서 현판을 떼어내 천막당사로 옮기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박근혜 대통령은 2004년 3월 한나라당 대표 당선 직후 국회 앞 당사를 매각하고 여의도 공터에 설치한 천막으로 당사를 이전했다. ‘차떼기당’이란 오명을 씻기 위한 고육책이었다. 사진은 박 대통령 등 당시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여의도당사에서 현판을 떼어내 천막당사로 옮기고 있는 모습. 한국일보 자료사진

막장이다. 살려면 죽어라. 정권을 향한 고언이다. 어두운 숙명이니 덮고 가잔 신문도 있다.

“2002년 대선 불법자금 사건으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차떼기당’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 나락에 떨어진 당을 구한 건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였다. 대표 당선 직후 국회 앞 당사를 매각하고 여의도 공터에 천막을 설치하고 당사를 옮겼다. (…) 그 결과 50석도 힘들다는 총선에서 121석을 얻으며 기사회생했다. ‘성완종 리스트’를 접한 박 대통령의 뇌리에는 순간 예전의 천막당사 시절이 떠오르지 않았을까 싶다. (…) 성 전 회장의 리스트는 어찌 보면 권력의 부침에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실세들의 비리와 불법이 없었던 게 아니고 드러나지 않았을 뿐이라고 보는 게 상식적이다. 현 정권은 국가정보원 선거개입, 인사 난맥, 세월호참사 부실대응, 비선실세 개입 등 숱한 악재가 이어졌어도 돈 문제가 불거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 파문으로 마지막 버팀목마저 무너질 상황에 놓였다. (…)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3년 대선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특별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이 직접 대선자금 공개를 제안하고 수사를 지시했다. (…) 이 조사로 노 전 대통령을 도왔던 재계 인사들을 포함해 정치인 등 수십 명이 처벌받았다. 박 대통령이 진정 강력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직접 국민 앞에 나와 검찰에 분명하게 지시를 내려야 한다. “혐의가 있으면 측근은 물론 나도 예외가 될 수 없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 (…) 11년이 지난 지금 박 대통령은 천막당사를 다시 세운다는 각오로 임해야 한다. (…) 사즉생(死卽生)은 바로 이럴 때 필요한 말이다.”

-되살아난 ‘차떼기당’의 악몽(한국일보 기명 칼럼ㆍ이충재 논설위원) ☞ 전문 보기

“기업의 돈은 공짜가 아니다. 정치의 입장에서는 기업이 대승적 차원에서 또는 기업할 수 있는 환경적 비용으로 돈을 내기 바라지만(그것을 ‘정치자금’이라고 부른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언젠가는 반대급부가 있는 보험의 성격임을 강조한다. 이런 상호 보완적이면서 동시에 대립적인 관계는 평상시는 밑으로 침전해 있지만 때로 화산(火山)처럼 분출돼 마그마를 쏟아낸다. ‘성완종 사건’은 그 화산 중의 하나다. 과거에 ‘차떼기’ 사건도 있었고 간헐적으로 대선 자금 수사가 이어졌지만 그때뿐이고 정치와 돈의 관계는 숙명처럼 붙어 다녔다. 아무리 파장이 크고 여러 사람이 다쳐도 정치자금은 개선되지 않았고, 또 개선될 수도 없었다. (…) 여야는 지금 ‘성완종 리스트’를 놓고 서로를 물고 들어가려고 야단이지만 정치권 전반으로 보면 아마도 안 드러나고 넘어간 케이스가 몇 배 더 많을 것이고 해당 정치인은 ‘재수 없어’ 도마 위에 오른다고 한숨짓고 있을지도 모른다. (…) 불법과 비리가 있으면 지난 권력이나 죽은 권력이나 살아 있는 권력이라도 법의 심판을 받는 것은 법치국가의 당연한 도리다. 하지만 한 나라의 집권 세력이라면 지금이 과거 정권의 ‘비리’(그것도 확인된 것도 아닌)를 캐서 그것으로 자신들의 ‘깨끗함’을 상대적으로 부각시키는 정치적 게임을 해도 될 만큼 한가한 상황인가를 판단해야 한다. 정치와 돈의 관계를 혁명적 차원으로 혁신하는 특단의 조치라면 몰라도 어차피 휴화산 같은 정치자금 문제를 부각하는 기회성 처사는 결국 법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을 혼돈하는 우(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前 정권 손보기(조선일보 기명 칼럼ㆍ김대중 고문) ☞ 전문 보기

전 정권을 겨냥해 벌인 현 정권의 사정(司正) 수사가 자신이 대상이 되는 대선자금 수사로 비화했다. 정권 정통성을 뒤흔들 만한 사안에 김진태 검찰총장이 손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비선실세 개입 의혹을 부른 ‘청와대 문건’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검찰이 공개한 지난 1월 5일 점심 시간에 서울 반포대로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는 김 총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전 정권을 겨냥해 벌인 현 정권의 사정(司正) 수사가 자신이 대상이 되는 대선자금 수사로 비화했다. 정권 정통성을 뒤흔들 만한 사안에 김진태 검찰총장이 손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사진은 비선실세 개입 의혹을 부른 ‘청와대 문건’ 관련 중간 수사 결과를 검찰이 공개한 지난 1월 5일 점심 시간에 서울 반포대로 대검찰청을 나서고 있는 김 총장. 한국일보 자료사진

자초한 화다. 검찰정치가 과했다. 정치검찰은 안다. 대통령 지시가 반어란 걸. 특검뿐이다.

“검찰은 ‘성완종 리스트’가 공개되자 공소시효부터 들먹였다. 정치자금법 위반죄는 시효가 끝났고, 단순 뇌물죄도 마찬가지이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죄만 시효가 남아 있다고 했다. 그런데 뇌물죄가 적용되려면 대가성을 입증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정한 돈을 받은 사람은 처벌받아야 한다’는 법감정 따위는 아랑곳없이 법리만 늘어놨다. 묻고 싶다. 그토록 철두철미하게 법을 따지는 검찰이 왜 먼지떨이식 별건(別件)수사를 했는지. (…) 특별수사팀의 성패는 2012년 대선자금에 칼날을 들이댈 수 있느냐에 달렸다. 성 전 회장은 2012년 새누리당 중앙선대위 조직총괄본부장이던 홍문종 의원에게 대선자금 2억원을 건넸다고 밝혔다. 정식 회계처리도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홍 의원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아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위해 쓴 셈이 된다. 공소시효도 충분하다. 문제는 검찰의 의지다. 정권의 정통성을 뒤흔들 만한 사안인데 검찰이 손댈 수 있을까. ‘김진태 검찰’의 궤적에 비춰볼 때 ‘수사 못한다’ 쪽에 걸겠다. (…) 김진태 총장이 불교에 정통하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도 산사에 들어가 불경 읽을 각오만 한다면 못할 일이 없을 듯싶다. 그럴 각오까지 못하겠다면? 남은 임기 7개월18일을 반드시 채워야겠다면? 성완종 리스트 수사를 처음부터 특별검사에게 넘기는 편이 낫다.”

-‘김진태, 수사 못한다’에 걸겠다(경향신문 ‘경향의 눈’ㆍ김민아 논설위원) ☞ 전문 보기

“한 로스쿨 교수의 지적이다. “사회의 평형수 역할을 해야 할 검찰 수사가 청와대 하명(下命) 따라 춤을 추는데 어떻게 복원력이 생기겠습니까. 성씨 주장대로라면 대통령이 그토록 청산하자던 적폐가 주변의 ‘친박’ 인사들이었다는 거 아닙니까. ‘국가 개조’ 하겠다면서요? 대체 나아진 게 뭡니까.” (…) 대통령 책임이 가장 크다는 건 이제 정치적 수식어를 넘어 실체적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다. 대선자금 의혹은 박 대통령을 지구 끝까지 따라갈 것이다. 그것은 대통령이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정윤회 문건’이란 궁중 암투에 지지율이 흔들리자 ‘검찰정치’에 기대려다 스스로 그 덫에 걸리고 말았다. 이런 상황에서 박 대통령이 16일 해외순방을 가야 하는지 의문이다. 굳이 가야 한다면 출국까지 사흘 남짓이 남아 있다. 그 시간 동안 대통령이 해야 할 일은 두 가지다. 먼저 세월호 1년을 맞아 무엇이 개선되고, 무엇이 개선되지 않았는지 고백해야 한다. 등잔 밑의 적폐를 외면하고 방치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둘째는 직접 국민 앞에서 성완종 리스트에 대한 진상 규명 의지를 밝히는 것이다. “법과 원칙에 따라/성역 없이/엄정히/대처하라”는 ‘영혼 없는’ 간접화법에 움직일 검사들은 없다. 그들은 대변인이 전한 대통령 말보다 그 말 뒤의 의중(意中)을 저울질할 것이다. 과연 박 대통령은 진상 규명을 바라고 있을까. 대통령의 육성이 없는 한 나는 그렇지 않다는 쪽에 서겠다. 자신이 없다면 특검 수사에 맡겨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72시간(4월 13일자 중앙일보 ‘권석천의 시시각각’ㆍ사회2부장) ☞ 전문 보기

의도적 외면일 터. 국가 비극이 성가신 그 분이니. 시늉조차 무성의하다. 얼마나 궁색한가.

“박근혜 대통령이 16일 콜롬비아를 시작으로 페루, 칠레, 브라질을 도는 9박12일의 남미 순방길에 오른다. (…) 주철기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은 “이번 순방은 정상외교의 지평을 지구 반대편까지 확대하는 의미가 있다”고 말한다. (…) 진짜로 지평을 확대하려면 전임자들이 안 가본 곳에 가는 것이 맞다. 콜롬비아는 2012년 이명박 대통령(MB)이 수교 50주년을 맞아 국빈방문을 했던 곳이다. 그 전 해엔 산토스 대통령이 국빈으로 한국에 오기도 했다. 전임자가 다녀간 곳을 3년 만에 다시 찾으면서 외교 지평 확대 운운하는 건 난센스다. 정상끼리 해결해야 할 급박한 현안이 있는 게 아니라면 양해를 구하고 안 갈 수도 있는 문제다. 다른 것도 아니고 세월호 참사라는 국가적 비극 때문이라는데 이해 못할 나라가 어디 있을까.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맞춰 굳이 콜롬비아로 떠나는 그 속내를 알 수가 없다. (…) 지난달 중동 4개국 순방 때는 ‘제2의 중동특수’ 개척을 표방했지만 이번 남미 순방에서는 그런 시도조차 안 보인다. 외교 지평 확대란 상투적 수사(修辭) 외에 “우리의 경제 영역을 남미까지 넓힌다”는 해괴한 주장이 고작이다. 지금까지 남미는 한국의 경제 영역에서 벗어나 있었단 소린가.”

-콜롬비아가 뭐라고(중앙일보 기명 칼럼ㆍ배명복 논설위원 겸 순회특파원) ☞ 전문 보기

* ‘칼럼으로 한국 읽기’ 전편(全篇)은 한국일보닷컴 ‘이슈/기획’ 코너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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