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교수ㆍ건축사 8명 참석
특혜의혹 발생 넉 달 만에 제기능 발휘 미지수 비판
광주시가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는 광주월드컵경기장 외벽 노출콘크리트 표면보수 공사와 관련해 뒤늦게 토론회를 개최키로 해 빈축을 사고 있다. 일각에선 “건축공사 현장에 사용된 사례가 없는 도장(塗裝)방식의 토목공법을 그대로 쓰기 위한 ‘구색 맞추기’ 식 토론회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시는 광주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 주경기장으로 사용될 광주월드컵경기장의 외벽 노출콘크리트 표면보수 방안에 대한 토론회를 15일 오후 월드컵경기장 종합회의실에서 열기로 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날 토론회에는 건축사와 대학 교수 등 8명의 전문가들이 참석해 시가 월드컵경기장 노출콘크리트 보수 공사에 적용한 토목공법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한 찬반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보수 공사를 둘러싼 특혜 의혹이 불거진 지 넉 달만이다.
시는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을 위한 토론회를 통해 그 동안 보수 공사를 둘러싸고 제기됐던 특혜 의혹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시가 이미 보수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뤄지는 찬반 토론회가 얼마나 제 기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그간 보수공사 시공법 선정에 대한 전문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묵살해오다가 지난 2일 시민단체인 참여자치21이 성명을 내고 광주시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서자 토론회를 마련하는 등 뒤늦은 뒷북 행보라는 지적이다.
더구나 토론회 참석자 가운데 공사 발주 전부터 도장 방식의 토목공법을 설계에 반영해 줄 것을 요구했던 도장 시공업체 관계자와 공사 발주 부서 관계자가 포함돼 있어 의견 수렴 과정에서 시의 중립적 입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 공사 낙찰업체와 신기술ㆍ특허사용 확약서 계약을 맺은 A토목공법 보유 업체가 아닌 이와 유사한 B토목공법 보유 업체의 대표가 참석자로 선정돼 이를 두고 적절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시는 A공법에 쓰이는 도장재로는 월드컵경기장의 노출콘크리트와 비슷한 색감을 구현하지 못하자 B공법에 사용되는 도장재로 뒤늦게 색깔 맞추기를 하는 촌극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토론회가 적정공법 선택에 대한 논의와 협의의 장이 아니라 시의 일방적인 공법 결정에 이용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시는 토론회를 추진하면서 토론 후 공법을 변경할 수 있다는 입장은 내비치지 않고 있다. 시 관계자는 ‘토론 후 공법 적용과 관련해 광주시의 방침이 바뀔 수 있느냐’는 질문에 즉답을 피한 채 “(공법 변경 여부에 대해)가타부타 말씀 드리기 어렵다”고만 말했다. 또 ‘이미 토목공법을 이용한 공사도 시작한 마당에 토론회를 하는 목적이 뭐냐’는 물음엔 “토론회가 특별한 결론을 내기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어떤 답을 낼 수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때늦은 토론회’를 개최하는 진짜 속내가 도장 방식의 토목공법 적용을 밀어붙이기 위한 구색 맞추기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셈이다. 이에 대해 시는 “토론회 참석자를 구성하느라 힘이 들었다”며 “논란이 끊이지 않는 보수공사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지 생각해 보는 취지로 토론회를 마련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안경호기자 k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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