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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32억 중 16억 '또 다른 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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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금 32억 중 16억 '또 다른 뇌관'

입력
2015.04.1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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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된 6인 금액만 총 16억원

대선 임박 15억 집중 인출 주목

성완종 전 경남회장 발인식이 열린 13일 오전 충남 서산시 서산의료원에서 유족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발인예배가 열리는 서산중앙감리교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전 경남회장 발인식이 열린 13일 오전 충남 서산시 서산의료원에서 유족이 고인의 영정을 들고 발인예배가 열리는 서산중앙감리교회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완종 리스트’특별수사팀이 13일 공식 출범, 사실상 대선자금 수사에 들어갔다. 수사팀은 경남기업 비리를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에서 관련자료 일체를 넘겨받았다. 자료검토 뒤에는 수사대상과 범위, 순서 등을 정할 계획이다. 현재 수사대상은 성완종(64ㆍ사망) 전 경남기업 회장이 남긴 자필 메모지와 육성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현 정권 핵심실세 8명이다. 이 가운데 금품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6명이 1차 수사의 초점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수사팀이 이들에게 돈을 건넨 비자금의 정확한 출처와 액수가 확인되면 수사대상은 늘어날 수 있다. 성 전 회장 측이 개인 일정기록과 함께 비밀 장부를 보관하고 있을 개연성도 있다.

수사팀은 비자금 규모와 관련, 우선 기존 수사에서 확인된 32억원의 행방을 주시하고 있다. 앞서 성 전 회장을 수사한 특수1부는 2007년부터 7년간 총 370여 차례에 걸쳐 경남기업 자금 32억원이 현금화돼 빠져나간 사실을 파악했다. 매달 적게는 수백만원, 많게는 1억원이 인출돼 알 수 없는 용도로 쓰인 것이다. 검찰은 이 돈이 정ㆍ관계 로비 자금일 것으로 보고 경남기업 재무를 담당한 한모(50) 전 부사장과 성 전 회장을 추궁했다. 그러나 한 전 부사장은 “성 전 회장 승인을 받아 인출해 드렸을 뿐, 사용처는 모른다”고 부인했고, 성 전 회장은 “회계처리는 한 부사장에게 전권을 줬다. 보고도 못 받아 비자금 조성 사실을 몰랐다”고 진술했다. 이후 성 전 회장이 극단적인 선택하면서 수사는 미궁에 빠지는 듯했다.

하지만 32억원의 용처 수사는 성 전 회장의 ‘고백’으로 다시 실마리를 찾았다. 성 전 회장이 정치인들에게 돈을 건넸다고 하는 시점이 비자금의 현금화 시기와 상당 부분 겹치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성 전 회장의 금품제공 주장은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 2006년 9월 10만달러(약 9,500만원)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 2007년 7억원 ▦홍준표 경남지사 2011년 6월 1억원 ▦홍문종 새누리당 의원 2012년 하반기 2억원 등이다. 성 전 회장 메모에 있는 ‘부산시장 2억원’(서병수 현 시장 추정)과 ‘유정복 3억원’은 전달 시점이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18대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의 핵심인사였다는 점에서, 2012년 하반기 무렵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들 6인에게 전달된 금액이 모두 16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비자금 32억원 중 절반 정도의 윤곽이 드러난 셈이다.

나머지 16억원의 향방을 따라가다 보면 성 전 회장의 메모에 등장하지 않는 정치권 인사들이 튀어나올 수도 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게이트급 사건’으로 확대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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