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아 전 총리, 총선 부정선거 규정
대규모 시위·파업 여파 계속
야권 인사들 의문의 실종 속
하시나 총리 철권 휘두르며 맞서
방글라데시의 전현직 여성 총리의 갈등이 정국을 혼돈으로 몰아 넣고 있다. 외신들은 두 여왕의 정치 대립이 민주주의는 물론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방글라데시 경제에도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뉴욕타임스(NYT)는 12일 “현 총리 셰이크 하시나와 제1야당인 방글라데시국민당(BNP) 당수이자 전 총리인 칼레다 지아의 대립이 촉발한 대규모 시위와 파업으로 국민들의 피해가 크다”고 보도했다.
BNP를 이끄는 지아 전 총리는 올 1월 지난해 치러진 총선을 부정선거로 규정하고 총선을 재실시해야 한다며 전국의 도로 철도 해상 교통을 마비시키는 ‘교통 봉쇄’ 시위를 시작했다. 야당 지지자들은 1월 한 달 동안 전국적인 동맹 휴업도 벌였다. 몇 주 전부터 전국적 소요 사태는 다소 일단락 됐지만 여파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맞서 하시나 총리는 철권을 휘두르고 있다. FT는 야권 인사들의 ‘의문의 실종’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하시나 아메드의 남편 살라 우딘도 그 중 하나다. 그의 남편은 BNP 당원으로 한 달 전 수도 다카 북쪽 친구 집에서 무장한 경찰에게 끌려간 뒤 소식이 끊겼다. 아메드는 “왜 죄가 있다면 법정에 세우지 않고 이런 식으로 데려가냐”고 하소연했다. 방글라데시 인권단체 오디카(Odhikar)에 따르면 2009년 이후 방글라데시군 산하 대테러조직 등 정부군에 의해 실종된 사람이 202명에 달한다.
NYT는 “방글라데시 정치상황을 이해하려면 다카의대병원을 방문하면 된다”고 꼬집었다. 이 병원에서 만난 하산 나즈물 몰라(25)는 최근 트럭을 타고 가다 시위대들이 앞 유리창에 던진 화염병으로 크게 다쳤다. 그는 “정치인들이 평범한 사람들, 형제들을 죽이고 있다”고 말했다.
두 총리의 앙금은 역사가 깊다. 하시나 총리는 1975년 군사 쿠데타로 살해된 초대 대통령 셰이크 무지부르 라흐만의 장녀다. 당시 쿠데타를 주도하고 대통령에 취임한 지아우르 라흐만이 바로 지아 전 총리의 남편이다. 라흐만 전 대통령도 1981년 또 다른 쿠데타로 살해됐다. 두 사람은 가족을 쿠데타로 잃은 뒤 정계에 입문, 정권을 주거니 받거니 해 왔다.
정치적 갈등이 장기화하면서 경제까지 휘청거리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세계의 의류 공장’으로 불릴 만큼 섬유 수출 산업을 기반으로 빠르게 성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시위로 도로 수송 시스템이 무너진 데다 정치불안으로 인한 소비 심리도 크게 위축된 상태다.
이날 발표된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방글라데시는 지난 62일간의 극심한 정치불안으로 22억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입었다. 국내총생산(GDP) 1% 수준이다. 보고서는 또 올해 방글라데시 경제성장률이 5.6%에 머물 것으로 내다봤다. 파업이 있기 전 전망치인 6.6%보다 크게 떨어진 수치다. 경제성장률 예상이 6%를 밑돈 것은 최근 6년 만에 처음이라고 FT는 전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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