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마을 길가에도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그 화려함이 서울 여의도 봄꽃 축제장 못지 않다. 하지만 이곳에선 넋 놓고 봄을 즐기는 한가함은 찾을 수 없다. 셀카봉을 들고 봄내음에 취한 상춘객 대신 고추를 심는 아낙들 손에 들린 호미와 괭이가 바쁘다. 꽃구경도 한철이라지만 농사 또한 때를 잘 맞춰야 한다. 11일 전남 진도군 지산면 심동리, 아침 식전부터 밭에 나온 아주머니들은 봄볕을 이겨내기 위해 단단히 중무장 했다. 모자, 작업복, 장화, 장갑... 짧은 봄을 알차게 이용하기 위한 완벽한 패션이다. “헌디 농사짓는 모습이 뉴스가 될랑가?“ 허리 굽혀 땅을 파는 할머니를 화사한 벚꽃이 응원하듯 서있다. 챙 넓은 모자에 쓰인 글귀대로 하루하루가 소중한 ‘굳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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