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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광복회의 평지풍파

입력
2015.04.13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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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公人)이라서 실수가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공직자들이 몸과 마음가짐을 부단히 가다듬어야 하는 이유다. 최근 호르세 라데즈마 볼리비아 국방장관이 전격 경질된 것도 순간의 방심 때문이다. 그는 홍수를 당한 칠레에 구호품을 전달하러 갔다. 그런데 칠레와 영토분쟁 중인 지역을 두고 ‘이 해안은 볼리비아에 속한다’는 문구가 적힌 조끼를 걸쳤다. 이웃나라를 돕겠다고 갔다가 엄청난 외교적 비난을 사는 큰 실수를 저지른 것이다.

▦ 우리나라에서도 잠깐의 방심과 실수로 주요 공직자가 낙마한 사례가 숱하다. 안상수 창원시장은 한나라당 대표였던 2010년 11월 북한의 연평도 포격 현장을 방문했다. 거기서 불 탄 보온병을 들고 “이게 포탄입니다. 포탄”이라고 말하는 황당한 실수를 저질렀다. 그 실수로 병역기피 논란이 불거졌고, 끝내 당대표에서 물러났다. 서남수 전 교육부 장관이 물러난 건 컵라면 잘 못 먹은 죄 때문이었다. 카메라에 찍힌 자리가 하필 세월호 부상자 응급치료용 탁자였던 것이다.

▦ 최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에서는 애국지사 및 독립유공자 후손 등이 모여 연일 박유철 현 광복회장의 퇴진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광복 70주년에 정작 광복회에 풍파가 일어난 이유도 박 회장의 방심 때문이다. 올해로 만 77세인 박 회장은 대통령까지 참석한 지난 3ㆍ1절 행사 때 민족대표 33인을 호명하면서 “백용성이, 박준승이, 이승훈이…”하는 식의 해라체로 낮춰 불러 유족 등의 거센 반발을 샀다.

▦ 사태를 더 악화시킨 건 3ㆍ1절 음주가무다. 가뜩이나 격앙된 회원들에게 박 회장이 당일 저녁 일부 광복회 지부장들과 함께 영등포 노래방에서 흥청망청했다는 증언이 담긴 녹취까지 공개되자 개탄과 분노가 들끓었다. 급기야 박 회장의 민망한 과거 행태까지 폭로되면서 어제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임시정부수립 기념식에서도 연임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광복회는 오직 명예와 긍지의 기반 위에서만 오롯이 설 수 있는 단체다. 공인인 회장이 그걸 훼손해 불신을 받게 됐다면 광복회 앞날을 위해서라도 처신을 결단하는 게 옳다.

장인철 논설위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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