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자동차 기업인 폭스바겐의 양대 권력인 페르디난트 피에히 폭스바겐AG 회장과 볼프강 포르쉐 포르쉐SE 회장 사이에 다시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마르틴 빈터콘 최고경영자(CEO) 재신임 여부를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파이낸셜타임스는 피에히 회장은 11일 공식석상에서 “빈터콘과 거리를 두는 중”이라 발언하며, 불신임 의사를 명확히 드러냈다. 그는 이전부터 빈터콘을 대체할 후임 CEO를 공개적으로 물색하는 등 그에 대한 반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에 자리가 위태로워진 빈터콘이 CEO직을 지키기 위한 싸움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포르쉐 회장은 “피에히 회장의 발언 내용은 경영권을 소유한 일가의 동의를 얻지 않은 개인적인 의견에 불과하다”며 견제하고 나섰다. 폭스바겐 내부의 ‘CEO 대 회장’의 대립구도가 ‘피에히 대 포르쉐’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가문의 대결구도로 증폭된 것이다.
피에히 회장과 포르쉐 회장의 싸움은 한 세대를 거슬러 올라간다. 포르쉐의 창업주이자 폭스바겐사의 국민자동차 ‘비틀’의 설계자인 페르디난트 포르쉐 슬하의 남매 루이제 피에히와 페리 포르쉐가 바로 그 1세대이다. 딸 루이제 피에히는 폭스바겐 공장을 운영하던 안톤 피에히와 결혼해 포르쉐의 경영에도 지속적으로 참여해 왔다. 한편 아들 페리 포르쉐는 아버지의 뒤를 이어 포르쉐의 경영에 집중해 포르쉐를 세계적인 스포츠카 제조기업으로 성장시키는 데에 공헌했다. 남매는 경쟁적으로 사업을 진행해 왔고, 지금의 2세대 갈등은 그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피에히 회장의 CEO 불신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에도 당시 CEO였던 베른트 피셰트리더에 대한 재신임을 공개적인 이슈로 만든 후 노조의 반대를 이유로 내세워 불신임하고, 그 후임으로 빈터콘을 CEO로 앉혔다.
이번에는 피에히 회장의 CEO 불신임 공작이 성공하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빈터콘 CEO는 폭스바겐의 의결권주 20%를 소유하고 있는 독일 니더작센 주와 폭스바겐 감사위원회 20석 중 10석을 차지하고 있는 노조의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데다, 감사위원회 내에 2석을 가진 포르쉐 회장마저 자신의 편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피에히 회장은 CEO로서 9년, 감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13년간 일하고 있는 그룹 내 1인자이지만, 위원회 내에 가진 의석은 3석에 불과하다.
피에히 회장이 왜 빈터콘을 불신임하고자 했는지, 두 사람간의 불협화음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최근 빈터콘은 미국시장 확대에 실패했으며, 주력인 승용차 브랜드에서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면서 작년에는 50억유로(약 5조 8,000억원)의 비용절감 프로그램을 가동해야 할 만큼 저조한 경영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빈터콘은 8년간 폭스바겐을 이끌어 오며 과도한 노동비용을 낮췄으며, 이 기간 중 8개 브랜드를 12개로 늘리고, 공장 수도 기존의 2배 이상으로 늘렸다. 또 지난해에는 사상 처음으로 자동차 판매량 1,000만대를 넘어서는 등 많은 성과를 기록하는 등 양적성장 측면에서는 공로가 크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병준 인턴기자(서강대 정치외교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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