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녀 예술감독 자서전 출간
‘마당놀이의 여왕’ 김성녀(65)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이 자전적 에세이 ‘벽 속의 요정’(문학세계사)을 냈다. 40여년 연극, 뮤지컬, 창극, 영화, 마당놀이, TV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에서 활동해온 김씨가 자신의 삶을 책으로 낸 건 처음이다.
김 감독은 13일 서울 종로구 계동의 한 식당에서 간담회를 갖고 2년간 공 들인 책을 소개하면서 “배우로서 살아온 인생의 여러 가지 파편들이 담겼다”고 말했다. 여성국극 스타였던 어머니 박옥진 명창과 ‘춘향전’을 최초로 영화화한 아버지 김향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다섯 살 때 어머니의 아역으로 천막극장 무대에 처음 올랐다.
김 감독은 전국을 유랑하며 무대와 극장을 놀이터 삼아 뛰어 놀았던 어린 시절을 이렇게 회고한다. “어린 나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무대 위에 서야 한다고 누군가 신호를 보내면 먹던 밥그릇도 내팽개치고 냉큼 달려가 노래하고 춤을 췄다. 나를 향해 쏟아지는 박수 소리가 어린 내게는 그렇게 황홀할 수가 없었다.”
일찍이 배우의 삶을 운명으로 받아들인 김 감독의 무대 인생은 훗날 남편이 되는 연출가 손진책씨가 그를 연극 ‘한네의 승천’에 여주인공으로 발탁하면서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이후 뮤지컬,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무대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펼친 그는 1981년 남편과 함께 우리 전통 연희를 바탕으로 한 마당놀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연극을 선보였다.
고유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객석 한가운데 무대를 마련해 관객들과 말을 주고 받는 마당놀이의 파격적인 형태는 30년간 250만 관객을 동원할 만큼 대성공을 거두었다. 김 감독은 최근 마당놀이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을 아쉬워하며 “좋은 배우와 스태프들이 명맥을 이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 제목은 2005년 연기 인생 30주년을 맞아 남편이 선물한 모노드라마 제목에서 따온 것이다. 김 감독은 이 공연에서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1인 32역을 해내며 ‘배우 김성녀가 보여줄 수 있는 연기의 총합’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지금까지도 해마다 ‘벽 속의 요정’을 무대에 올리는 그는 다양한 인물들을 연기하면서 배우로서의 일생을 돌아본다고 말했다.
“혀가 꼬부라지고 힘이 없어 무대에 오래 서 있지 못한다 해도, 나는 여전히 배우이고 싶다. 나를 향한 관객의 우렁찬 박수 소리는 없을지라도 객석에서 나를 바라봐 주는 관객이 한 사람이라도 있다면 나는 언제까지나 배우이고 싶다.”
황수현기자 so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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