市 "정부가 기준 변경한 탓" 해명
기재부 문의결과 거짓으로 드러나
감사원 감사 돌입, 검찰도 서류 검토
경기 여주시의 4대강 모래 ‘헐값 매각’ 의혹과 관련(☞본보 1일자 12면 기사 보기), 정부가 새 규정을 만들어 공급 단가가 낮아졌다는 시의 해명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났다. 지방자치단체가 정부를 핑계로 거짓말을 한 셈이다. 감사원은 감사에 돌입했고 검찰도 관련 서류를 제출 받아 검토에 들어갔다.
12일 여주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난해 3월 4대강 준설토 60만㎥를 매각하면서 최저 입찰가 산정기준을 거래실례가격에서 감정평가로 급작스럽게 변경해 기존보다 무려 54%나 싸게 내놨다. 입찰에서는 공고가 나기 불과 12일 전 자본금을 증자해 참가 자격을 갖춘 H사가 낙찰자로 선정됐다. H사는 한 지역신문 사주 일가가 운영하는 업체다.
여주시는 H사에 모래를 매각한 뒤 시의회가 특혜 의혹을 제기하자 원경희 시장까지 나서 시의회에 대응했다. 원 시장은 지난해 12월 5일 열린 시의회 본회의에서 최저 입찰가 산정 기준을 바꾼 이유를 묻는 시의원의 질의에 “기획재정부가 준설토는 하천의 종물(하천 정비 등의 공적인 목적을 지닌 하천의 부속물)이므로 국유재산법에 따라 판매해야 한다는 예규를 지난해 생산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기존에는 준설토를 단순‘물품’으로 보고 거래실례가격으로 팔다가 기재부가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 불가피하게 기준을 변경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원 시장의 답변은 위증인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단독 입수한 여주시의 내부 자료를 보면 시는 당시 본회의 사흘 뒤인 12월 8일에야 준설토가 국유재산법상 종물인지 여부를 기재부에 물었고 다음날 그 답변을 받았다.
특히 기재부는 회신공문에서 ‘3자 매각을 위해 사유지에 쌓아둔 준설토는 공적인 목적을 상실해 종물로 보기 어렵다’며 되레 상반된 해석을 내놓은 것으로 밝혀졌다. 여주시가 골재 매각 9개월이 지난 뒤에야 책임을 피하려 꼼수를 부리려다 실패한 셈이다.
시의회 김영자 부의장은 “원 시장 등 공무원들의 답변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면서 “관련자들은 분명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파장이 일자 감사원은 감사에 돌입, 준설토 매각과정에서 비위가 없었는지 확인 중이고 검찰은 시에서 자료를 건네 받아 검토에 착수했다. 검찰 관계자는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확인 중”이라며 “아직 내용을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는 산정기준 변경이 기재부 예규 때문이 아닌 내부검토에 따른 것이라며 거짓 해명을 뒤늦게 시인했다. 그러나 H사와 공무원들간 유착 의혹 등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준설토 성분이 좋지 않은데 가격이 비싸다는 민원이 많아 자체적인 논의를 거쳐 방침을 변경한 것”이라며 “그 과정에서 어떤 비위도 없었지만, 책임질 일이 있다면 책임지겠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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