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팬이 경기장에 글러브를 갖고 가는 까닭은 홈런볼이나 파울볼을 잡기(catch) 위해서다. 그런 기대, 가령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선수의 타구를 직접 받을 수 있다는 가능성만으로도 글러브는 제값을 한다. 불의의 직선타구나 머리로 떨어지는 공을 막기 위해, 혹은 열정의 액세서리로 휴대하는 이들도 있을지 모르겠다.
글러브를 낀 채 경기를 관람하는 건 고역일 것이다. 그냥도 손에 땀이 날 테니 말이다. 하지만 어떤 장면, 예컨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결정적인 수비 장면에서 그의 손(글러브)은 본능적으로 수비동작을 따라 하며 더 진한 흥분을 느낄 수도 있다. 물론 대개는 필요할 때만 후다닥 글러브를 낀다.
10일(현지시간) 미국 프로야구 로스앤젤레스 에인절스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경기가 열린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스타디움. 시합 전 펜스로 흘러온 공을 서로 주우려 관객들이 팔을 한껏 뻗고 있다. 그들은 공을 줍기(pick) 위해서 글러브를 꼈다. 관건은 팔의 길이. 글러브는 팔의 연장(延長)이다. 그렇다고 기다란 집게를 들고 펜스를 따라 늘어서는 야구팬은 없다. 프로야구 공인구 가격은 약 6,000원이라고 한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애너하임=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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