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베테랑 투수 손민한(40)은 흐르는 세월을 역행한다. 불혹의 나이로 선발진에 합류해 안정감 있는 피칭을 한다. 세 차례 나가 모두 퀄리티 스타트 피칭(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을 하며 혼자 2승을 챙겼다. 김경문 NC 감독은 “커리어가 있는 투수라 던지는 것이 확실히 다르다”며 칭찬했다. 적장 김용희 SK 감독 역시 “능력이 뛰어난 선수”라며 인정한 뒤 “워낙 볼 컨트롤 능력이 좋다”고 했다.
김용희 감독이 제구력을 주목한 것처럼 손민한은 메이저리그에서 ‘컨트롤 마법사’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렉 매덕스를 연상시킨다. 직구 최고 시속은 141㎞로 위력적이지 않지만 스트라이크 존 구석 구석을 찔러 넣어 쉽게 카운트를 잡는다. 또 투심, 포크볼,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변화구로 타자와의 수 싸움에서 우위를 점한다.
무엇보다 손민한에게 두드러지는 점은 올 시즌 19이닝 동안 볼넷이 단 한 개도 없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까지 포함하면 12일 현재 29.1이닝 연속 무볼넷이다. 볼넷 허용은 지난해 8월8일 창원 LG전에서 박용택에게 내준 것이 마지막이다. 이 부문 역대 최고 기록은 1986년 이상군(빙그레)의 48.1이닝이다.
공격적인 템포로 투구를 하다 보니 이닝당 투구 수도 13.2개(선발 투수 중 1위)로 적다. 로케이션 또한 낮게 형성되며 많은 땅볼을 유도한다. 손민한의 땅볼 유도 횟수는 32차례로 선발 가운데 가장 많이 땅볼로 잡았다.
다만 유일한 약점은 투구 수 76개를 넘어가면 나타나는 구위 저하다. 피안타율이 2할2푼1리에 불과한 그는 76구 이상을 던지고 나면 피안타율이 5할로 치솟았다. 손민한의 올해 경기당 평균 투구 수는 83.3개다. 이는 나이를 감안할 때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올 시즌 끝까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게 목표인 손민한은 “지금처럼 팀 승리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창원=김지섭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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