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내년 4월의 20대 총선에 완전국민경선제(오픈 프라이머리)를 도입하기로 했다. 그제 의원총회에 당 보수혁신특별위원회가 제안해 채택된 정치개혁안의 하나다. 당 지도부의 입김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려운 ‘전략공천’을 완전히 없애고, 선거권을 가진 모든 유권자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여기까지는 여당 나름대로의 개혁 의지, 애초에 혁신특위 출범 당시 앞세웠던 ‘자기개혁’다짐의 연장선상이라고 여길 만하다. 비례대표의 60% 이상을 여성으로 추천하고, 지역구에서도 여성 후보 비율을 30% 이상으로 하겠다거나 여성과 장애인에게는 경선에서 10~20%의 ‘디딤돌 점수(가산점)’를 주겠다는 뜻 또한 그렇다. 여당 스스로 강력한 실천 의지를 가지고 그렇게 하겠다면 이를 말릴 이유나 명분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방안을 여당 자체의 정치개혁 차원을 넘어 정치권 전체의 개혁과제로서 내미는 순간, 그 성격은 변하게 마련이다. 아니나 다를까 새누리당은 어제 완전국민경선제의 전면적 시행을 위한 야당의 동참을 촉구하고 나섰다. 정의당의 적극적 반대나 새정치민주연합의 대체적 반대 분위기를 충분히 감지한 상태에서 그랬다. 야당이 다양한 실험을 선행한 국민경선제와의 차별성을 부각하려면 정치권 전체를 포괄할 필요가 있었다. 또 지역주의 완화 방안으로 제시된 석패율제를 도입하거나 경선에 불복해 탈당한 뒤 무소속 후보로 출마할 수 없게 하려면 선거법 개정이 불가결하다는 점에서도 야당의 동참은 당연한 전제라고 이해할 수는 있다. 그러나 그제 의총에서 다양한 반대론이 나오자 김무성 대표가 “맡겨달라”고 해 확정됐다는 이야기나 “야당 반대로 어차피 힘들 것”이라는 태도 등에 비추면 진정성이 미심쩍다.
여당이 ‘국민공천제’라고 애써 새 이름까지 붙인 완전국민경선제는 국민적 정치개혁 요구의 핵심이기는커녕 그 역행일 수 있다. 결과적 ‘이중선거’에 들어갈 정치비용이 만만하지 않고, 정당정치의 기본원리에도 어긋난다. 더욱이 국회 정치개혁특위가 선거구제 개편을 비롯한 포괄적 정치개혁 방안을 논의하기 시작한 시점도 공교롭다. 당론에 구속되지 않고 합리적 의견을 나누어야 할 정개특위의 의제를 여당의 당론으로 한정해 버리는 부작용까지 우려된다. 그리 좋은 제도라면 여당 스스로나 열심히 실천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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