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주간보고 실효성 의문
가짜 석유 적발 효과는 별로
경북에 사는 50대 남성은 교통사고를 당해 입원하면서 부인과 운영하는 주유소 문을 한동안 닫았다. 당연히 판매를 하지 못하니 매주 제출하는 거래상황 보고도 할 수 없다고 한국석유관리원에 알렸다. 그런데 결과는 황당하게도 과태료 처분이었다. 이의를 제기했지만 종업원이라도 새로 뽑아 제때 보고하라는 엉뚱한 답변이 돌아왔다.
정부가 가짜 석유 판매를 뿌리 뽑으려고 지난해 7월 도입한 주유소 거래상황 주간보고 제도가 정작 가짜 석유 적발보다 애꿎은 영세 주유소들의 피해만 키운다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월 1회였던 보고 주기를 주 1회로 단축하면서 보고를 하지 못한 회수에 따라 1회 50만원, 2회 100만원, 3회 15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1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박완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와 석유관리원에서 제출받은 주유소 거래상황기록부 주간보고실적 자료에 따르면 2월까지 보고를 하지 않아 적발된 주유소가 4,712곳에 이른다. 전국 보고대상 주유소의 38%다. 지난해 12월까지 이들 중 3,550곳에 과태료 총 17억7,500만원이 부과됐다.
문제는 불가피하게 보고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시스템 오류까지 과태료를 남발해 원성을 사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혼자 또는 부부나 가족이 운영하는 생계형 주유소는 종업원을 두지 않아 갑작스런 일로 문을 닫을 경우 보고를 할 수 없다.
또 정부는 주간보고를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하도록 독려하고 있으나, 주유소 운영자 중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60대 이상이 34.8%다. 이 때문에 팩스 보고를 도입했지만 일부 지역에선 석유관리원의 수신 오류로 보고서를 받지 못한 경우까지 과태료를 부과해 문제가 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가짜 석유 적발은 횟수가 감소했다. 정부의 지난해 월별 주유소 가짜 석유 적발 실적을 보면 주간보고제 시행 전인 지난해 1~6월 141건이었는데, 주간보고제를 도입한 지난해 7~12월에 63건으로 줄었다. 따라서 주간보고제의 실효성이 의심스런 상황이다. 박 의원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려면 선량한 주유소가 과태료를 내는 사태를 막는 개선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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