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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일상 돌아가길" 아직 세상과 마주하기 두려운 생존 학생들 토닥토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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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서히 일상 돌아가길" 아직 세상과 마주하기 두려운 생존 학생들 토닥토닥

입력
2015.04.1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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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서 마련한 '안산생명센터'

경기 안산시 단원구 와동에 위치한 안산생명센터의 겉모습은 일반 상가건물처럼 투박했다. 하지만 2층 센터 안으로 들어서자 분위기는 가정집을 연상케 할 만큼 아늑했다. 한 쪽에는 푹신한 대형 전기장판과 커다란 탁자가 놓였고, 화사한 톤의 방석의자 옆에 에어컨, 텔레비전, 컴퓨터 등도 자리했다. 다른 한 켠에는 음식을 해먹을 수 있는 주방 시설도 구비돼 있었다.

이 곳은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남은 단원고 학생들이 마음 편히 웃고 떠들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다. 지난해 12월 천주교 수원교구가 희생자 유가족들에 비해 생존자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적다는 의견을 받아들여 쉼터를 열었다. 예전에 어린이집으로 쓰였던 4층짜리 건물 중 2ㆍ3층은 안산생명센터로 바뀌었다.

막상 휴식 공간을 마련했지만 아직 세상과 마주하기를 두려워하는 생존 학생들이 센터를 찾을까 의구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말 그대로 기우에 불과했다. 일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오전 9시~오후 9시 쉼터를 개방하자 생존 학생 5명이 겨울방학 내내 센터를 들렀고, 희생자들의 성당친구들도 함께 모여 떠나간 친구들을 추억했다. 변옥경 센터장은 9일 “친구를 잃은 아이들에게 처음부터 상담프로그램을 마련해 접근하는 것이 오히려 마음의 짐을 더 무겁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또래 친구들끼리 모여 대화를 나누고 아픔을 공유하면서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생명센터 직원들은 내친 김에 생존 학생 10명을 데리고 2월 12,13일 강원 횡성에 있는 도미니꼬 수녀회 ‘피정의 집’으로 1박2일 여행을 떠났다. 여정도 아이들의 일상회복에 초점을 맞췄다. 휴게소에 들려 간식을 사먹게 하고 마트에서 직접 장을 보게 했다. 아이들은 새벽 2~3시까지 게임과 대화를 하며 적어도 이날만큼은 참사의 악몽을 잊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아들의 밝아진 모습을 본 한 어머니가 “어머니들을 위한 여행도 준비해달라”고 요청해 24,25일엔 생존 학생 어머니 10여명과 함께 다시 피정의 집을 방문할 계획이다.

그렇다고 생존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만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생명센터는 유가족과 생존자 어머니들을 위한 공예수업을 주 2회 진행하고 있다. 비누, 한지 공예 등을 하며 마음의 안정을 되찾게 하려는 취지다. 각자의 입장차이를 고려해 유족과 생존자 어머니들의 수업날짜도 따로 지정했다.

이달 4일에는 희생자들의 초등ㆍ중학교 동창생 4명이 친구들이 잠들어 있는 화성 효원공원, 평택 서호공원, 안산 하늘추모공원을 순례했다. 아이들은 추모공원에 도착할 때마다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얽힌 추억을 이야기하다 눈물을 흘렸다. 순례에 동행한 김수빈(18)양은 “친구들이 다 다른 곳에 잠들어 있어 하루에 모두 만날 수 없었는데 오랜만에 보니 반가웠다”며 “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추모 공원을 다시 돌아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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