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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구체적 내용에 촉각… 현 정부 핵심인사 향한 경고 분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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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 구체적 내용에 촉각… 현 정부 핵심인사 향한 경고 분석도

입력
2015.04.09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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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MB맨이 아니다" 주장

"드러나지 않은 친박 실세" 소문

자원외교 대신 개인 비리 타깃

'표적 수사'에 억울함 작용한 듯

檢 당혹… 수사 동력 떨어질 듯

9일 오후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을 경찰 관계자들이 옮기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연합뉴스
9일 오후 북한산 형제봉 매표소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된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을 경찰 관계자들이 옮기고 있다. 성 전 회장은 자원외교 비리 의혹에 연루돼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태였다. 연합뉴스

성완종(64) 전 경남기업 회장이 구속영장 실질심사 당일인 9일 돌연 ‘자살’이란 극단적 선택을 하자 그 배경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해외 자원개발 비리를 수사하겠다던 검찰이 그보다는 성 전 회장 개인비리를 타깃으로 삼은 것이 화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의 향후 자원개발 수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억울함ㆍ분노… 복합적 작용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게 된 데에는 억울함과 섭섭함, 분노, 두려움, 좌절감 등의 감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 성 전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의 결백을 수 차례 강조했다. 핵심 혐의였던 해외 자원개발 명목의 800억원대 사기 대출 혐의에 대해 그는 “정부 융자금은 정상적으로 집행됐다. 사업목적 외의 개인적 유용은 전혀 없었다”고 밝혔다. 검찰이 밝힌 회삿돈 250억원 횡령, 9,5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 역시 “자세한 건 수사기관에서 설명할 것”이라면서도 “깨끗하고 투명한 경영에 자부심이 있었는데 업적과 국민들에 대한 신뢰가 다 무너져 버렸다”고 했다. 지난 3일 검찰 조사에서의 “회사 경영은 전문경영인들에게 맡겨 자세한 사항들은 모른다”는 언급과 마찬가지로 혐의를 부인했던 셈이다.

하지만 단지 ‘비리 기업인’으로 매도됐다는 억울함이 자살의 근본 이유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사실 기자회견에서 더 눈길을 끈 것은 “나는 MB(이명박)맨이 아니다”는 주장이었다. 성 전 회장은 “2007년 대선 후보 경선 때에도, 2012년 대선 때에도 박근혜 대통령을 위해 뛰었다”고 말했다. 세간에 알려진 것과는 달리, 자신은 오히려 ‘친박’에 가깝다는 얘기였다. 실제로 정치권 한 인사는 “성 전 회장은 사실 친박이고, 그 중에서도 드러나지 않은 실세였다”며 “정권의 힘을 빌릴 일이 있을 때 그를 찾아가는 사람도 있었다”고 말했다.

때문에 성 전 회장의 전날 기자회견을 두고 법조계와 정치권 일각에선 ‘현 정부 핵심인사들을 향해 보내는 경고’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박근혜정부 출범을 위해 열과 성을 다했는데, 자원개발 비리가 문제가 되자 자신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원망과 분노의 표출이었다는 뜻이다. 성 전 회장의 유서에 정치권에 파장을 일으킬 만한 ‘폭탄 선언’이 담겨 있을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는 이유다.

한편에서는 구속 위기에 몰린 게 결정타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성 전 회장은 2002년 자민련에 정치자금 16억원을 건넨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는데, 최근 주변 지인들에게 “죽으면 죽었지, 다시는 감옥에 가고 싶지 않다”는 취지의 말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향후 수사 ‘난관’

검찰도 충격에 빠졌다. 수사팀 관계자는 성 전 회장의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 1시간 30분이 지난 오후5시 브리핑을 열고 “성 전 회장 변호인들에게 ‘영장실질심사에 함께 가기로 어젯밤에 약속했다’고 전해 들어 이런 사태는 짐작도 못했다”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오전부터 계속 살아 있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보냈는데, 불행한 일이 발생해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고인이 된 성 전 회장에게는 책임을 묻기 어려운 만큼, 그에 대해선 ‘공소권 없음’ 처리할 계획이다.

하지만 향후 수사의 동력이 떨어지게 된 것만큼은 명백해 보인다. 특히 이번 일로 제기되는 ‘별건 수사’ 지적은 검찰에 큰 부담이 될 전망이다. 수조원대 국고손실을 낳은 자원개발 비리의 최종 책임은 당시 정부와 공기업들에 있고, 이미 고발돼 있는 사건들이 있는데도 검찰은 이를 제쳐두고 민간기업인 경남기업을 첫 수사대상으로 삼았다. 그리고 자원개발과는 관계없는 회삿돈 횡령과 분식 회계 등을 성 전 회장 혐의에 포함시켰다. 성 전 회장 또한 생전에 지인들에게 “자원개발 부분은 떳떳하다. 검찰이 다른 개인 비리로 나를 압박하려 한다”는 취지의 말을 해왔다.

검찰은 그러나 “(사기 대출 부분인) 성공불융자금과 기업 전체 자금은 분리가 될 수 없다”며 수사의 절차적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자원개발 비리와 기업비리가 겹쳐 있는데다 다른 범죄를 알고도 그냥 지나갈 수는 없었다는 항변이다. 검찰은 에너지공기업이 아닌, 경남기업을 상대로 수사에 나선 데 대해서는 “자원개발 관련 비리가 명백한 사건부터 시작한 것”이라며 경남기업을 제외한 자원개발 비리는 계속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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