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인 명의로 박물관 운영하며 수십억대 도자기 관리하다 들통
차명으로 고가 아파트 취득 적발도
작년 한해 1조4000억 체납액 징수
국세청, 1만7500명 은닉재산 찾기, 재산추적 전담팀 운영해 성과
자신은 돈 한 푼 가진 게 없다며 법인세 30억원을 체납해오던 임대업자 A씨. 그는 서울 서초동의 시가 수십억원대 고급 빌라에 살면서 수입차 벤틀리를 타고 다니며 골프를 즐기는 등 호화 생활을 했다.
거주지 수색에 나선 국세청 체납자 재산추적 전담팀 직원들은 A씨와 실랑이를 벌이다 가사도우미가 손지갑을 들고 밖으로 나가는 걸 수상히 여겼다. 뒤쫓아가 확인한 결과 손지갑에는 1억원과 4,000만원짜리 자기압수표 한 장씩이 들어 있었다. A씨가 국세청 직원들이 들이닥치자 가사도우미를 통해 돈을 빼돌리려 한 것이다. 국세청은 거실에 있는 A씨의 가방과 장롱에서 5만원권 뭉치로 쌓여 있던 현금 4,000만원도 추가로 찾아냈다.
10억 원에 달하는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고 버티던 고미술품 수집가 B씨는 체납을 위해 부인 명의로 박물관을 운영하며 도자기 등 재산을 관리하다 들통이 났다. 국세청 직원들이 박물관 관람객으로 가장해 탐문한 결과, B씨가 이 박물관의 실질 소유주임을 확인한 것이다. 국세청이 박물관에서 압류한 물품은 700년 이상 된 중국 원나라 도자기 등 12점. 이들 도자기의 추정가액은 최고 60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9일 국세청이 내놓은 ‘호화생활 고액ㆍ상습체납자 적발 실태’ 자료에 따르면 작년 한해 동안 총 1조4,028억원의 체납 세금이 징수됐다. 이중 A씨처럼 현금과 수표로 추징된 현금징수액은 7,276억원, B씨의 경우처럼 부동산 및 골동품으로 세금을 대신한 현물징수액은 6,752억원이다. 전체 추징액은 전년(1조5,638억원)과 비교하면 10%가 줄었지만 현금징수액만 따지면 51% 늘어난 규모다. 국세청이 특별히 은닉 재산 적발에 공을 들이는 ‘고액ㆍ상습체납자’는 5억원 이상을 1년 이상 체납한 명단 공개 대상자(1만7,520명)들이다. 국세청은 이들의 은닉재산을 찾기 위해 2013년부터 각 지방청에 체납자 재산추적 전담팀(총 121명)을 구성, 운영해 오고 있다. 심달훈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고액체납자 가운데 해외에 오래 머물거나 소비가 과다한 것으로 밝혀진 490명을 특별관리하고 있으며 추적조사 전담팀은 이들 은닉 재산 발굴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이 내놓은 체납자 은닉재산 실태에 따르면 중견 건설회사 회장을 지낸 C씨의 경우 종합소득세를 60억원 체납하고서도 사치성 귀금속을 구매하는 등 호화롭게 생활했다. C씨가 사는 것으로 알려진 빌라 주변을 탐문하던 국세청 전담조사팀 직원들이 가사도우미가 출근할 때 함께 집으로 들어가 1캐럿 다이아반지, 자수정 금목걸이, 산수화 등 9억원 상당의 재산을 압류할 수 있었다. 이밖에 차명계좌로 부인 명의의 고가 아파트 2채를 취득한 섬유수출업체 대표, 체납법인 명의의 부동산을 유령회사에 양도해 압류를 방해한 사례 등도 적발됐다.
세종=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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