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황남동서 무덤 24기 발굴
화려한 장신구의 30대 무덤 주인과
겹쳐 누운 20대 남성 유골 첫 발견
신라시대 매장된 귀족 여성의 무덤에서 순장된 남성의 뼈가 처음 발견됐다. 고대 신라에는 여성들이 계급에 따라 남성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 지위에 오를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9일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지난해 12월부터 진행한 경북 경주시 황남동 주거지역 내 문화재 발굴조사에서 이 무덤을 포함해 돌무지덧널무덤(관을 넣는 묘실을 나무로 짜고 그 위에 돌을 쌓은 무덤) 7기 등 총 24기의 무덤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연구원에 따르면 돌무지덧널무덤 중 하나에 똑바로 누운 상태의 인골과 겹쳐져 누워 있는 인골이 함께 묻혀 있었다. 무덤의 주인은 금귀걸이와 금박 허리띠를 착용했으며 뼈의 형태로 보아 30대 여성으로 추정된다. 그와 함께 묻힌 사람은 20대 남성으로, 안치 상태와 착용한 유물이 없기 때문에 순장자(殉葬者ㆍ무덤 주인과 함께 묻힌 사람)로 보인다.
이 무덤에는 말안장과 말을 탈 때 사용하는 발걸이, 큰 칼, 항아리 등이 함께 묻혀 있었다. 무덤 주인의 다리뼈에 남은 근육선 또한 다리 근육이 발달했음을 짐작하게 한다. 말을 타고 무기를 사용할 수 있었던 귀족 여성이라는 의미다. 신라문화유산연구원은 “순장 풍습이 고대인 무덤에서 자주 확인되지만 무덤 주인과 순장자의 인골이 나란한 위치에서 발견된 것은 처음”이며 “여성의 무덤에 남성이 순장된 것도 흥미롭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같은 지역의 다른 무덤에서는 금귀걸이, 은제 허리띠, 비취색 곡옥(曲玉ㆍ굽은 구슬)과 구슬을 꿰어 만든 목걸이 등 화려한 장신구와 토기가 출토됐다. 특히 은제 허리띠에는 고리 부분에 용을 형상화한 문양이 정교하게 조각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이 지역에서 발견된 유적은 돌무지덧널무덤 7기 외에도 덧널무덤(관을 넣는 묘실을 나무로 짠 무덤) 11기, 움무덤(땅을 파 시체를 그대로 묻은 무덤) 3기, 독무덤(항아리로 만든 무덤) 1기 등 24기의 무덤과 그 외 7기의 인공물 흔적이다. 연구원은 신라 초기의 덧널무덤 여러 개가 한 자리에서 발견됐고, 발굴된 유물 또한 신라 중상위 계층 귀족들의 생활 모습을 보여주기에 귀중한 연구 자료라고 평가했다.
인현우기자 inhy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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