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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빈곤층 모욕주기 법' 잇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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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빈곤층 모욕주기 법' 잇달아

입력
2015.04.09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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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드스탬프로 비싼 음식 못 먹게

미주리주 규제 확대 법안 발의

수영장·영화관서 보조금 사용 금지

12개 주는 수령자 약물검사까지

빈곤층이 정부가 지원하는 푸드스탬프로 스테이크나 로브스터 같은 고가 음식은 사먹지 못하게 하거나, 또 정부 보조금은 수영장과 영화관 등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 미국에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를 두고 ‘빈곤층 모욕주기 법’이라며 개탄했다.

이 신문은 미국 미주리주 공화당 소속 릭 브래틴(35) 주의원이 최근 푸드스탬프 사용처를 제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8일 보도했다. 푸드스탬프는 빈곤층에 쿠폰이나 전자카드 형태로 식비를 보조하는 미국의 복지제도로 한 명당 매달 194달러(약 21만2,000원ㆍ하루 7,000원 꼴)어치가 지급된다. 2013년 기준 미국 전체 인구의 14.8%에 달하는 4,600만명이 푸드스탬프를 수령했다.

법안에 따르면 미주리주 내 빈곤층은 전자식 푸드스탬프(EBT)로 스테이크나 고가의 해산물뿐만 아니라 과자와 에너지음료, 탄산음료 등 필수적 영양 섭취와 상관 없는 기호식품도 사먹을 수 없다. 브래틴 의원은 “푸드스탬프의 취지는 빈곤층이 기초 영양을 충족하게 만드는 것이었다”며 “사람들이 전자식 푸드스탬프로 필레미뇽(두껍게 자른 스테이크용 고급 소고기)과 게 다리를 사먹는 등 제도를 악용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해산물류에 포함되는 참치캔이나 어묵꼬치 등을 구입 가능 물품에서 제외하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지난주에는 미국 캔사스주가 빈곤가구한시지원(TANF) 수혜자들에게 지원금 사용 용도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켜 논란이 일기도 했다. TANF는 정부가 4인 가구 기준 매달 최고 497달러 보조금을 지원하되, 그 기간을 최대 36개월으로 한정하는 빈곤층 지원 정책이다.

새법 통과에 따라 캔사스 주의회는 수개월 내로 TANF 지원금 수령자들의 하루 지출 금액을 25달러로 제한하고, 수영장이나 영화관, 손톱관리 가게, 속옷 가게 등에서는 이를 사용할 수 없게 할 방침이다. 공화당 소속 마이클 오도넬 주상원의원은 “혜택을 받는 가정이 책임감 있게 소비하도록 만들기 위한 것”이라며 “정부 지원금이 우리의 취지대로 쓰이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최근 몇 년 새 미국에서는 빈곤층에 대한 복지 혜택을 가혹하게 규제하는 법안이 쏟아지고 있다. 연방정부는 2012년 EBT 카드를 만들며 지원금 사용 불가 범위를 술이나 도박, 성인 오락 등으로 국한했지만, 최근 다수 주들이 이 범위를 놀이공원이나 담배 가게, 레저 스포츠장 등으로 넓히는 추세다. 게다가 최근 3년간 미국 내 12개 주는 지원금 수령자들이 필수적으로 약물검사를 받도록 하는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신청자가 직접 검사비를 내고 음성으로 판명될 경우에만 다시 돌려주는 방안을 추진하는 주도 여럿이다.

복지 전문가들은 빈곤층도 삶의 질을 높일 권리가 있다며 이 같은 흐름을 반대하고 나섰다. 워싱턴대 교수이자 미국의 복지문제를 비판하는 책 ‘벼랑 끝에 서다’의 저자 마크 랭크는 WP에 “정부 지원금을 오남용 하는 사례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극도로 절약하려고 애쓰며 살고 있다”며 “빈곤에 빠진 이들도 똑같이 대우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푸드 스탬프를 사용하고 있는 미주리주 주민도 현지 매체에 “우리도 매일 절약을 하다가 한 끼 정도는 고급 음식을 먹거나 휴양할 수 있지 않느냐”며 “법안은 우리에게 참치캔과 어묵꼬치만 먹으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분노했다.

신지후기자 h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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