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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선별ㆍ보편복지 알고 말하라①

입력
2015.04.09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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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해서라도 이름 석 자 시끄럽게 알리는데 골몰하는 정치인과 눈칫밥을 먹여야 제대로 교육할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진 고등학교 교감이 제대로 만나서 온 나라가 다시 무상급식 논쟁에 휩싸였다. 그런데 이 논쟁이 갖는 상징성이 크다. 이른바 ‘무상복지’ 찬반을 둘러싸고 선별적 복지와 보편적 복지 논쟁이 함께 가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논쟁 가운데 이상야릇한 등식이 하나 생겨났다. ‘무상=보편, 유상=선별’이다.

보편적 복지 지향 과정에서 중요한 것이 사회 구성원의 복지 경험이다. 복지급여로 받은 것이 있어야 복지재정 확대를 위해 기꺼이 비용부담을 하려는 인식을 갖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상급식ㆍ무상보육 경험이 중요한 경험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편적 복지 척도를 ‘무상’으로 내세우는 상황은 매우 위험하다. 이른바 반복지주의자들이 보편적 복지를 거부하거나 왜곡할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선별적 복지제도의 주 대상은 사회적 약자집단이다. 사회적 약자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 소득 수준이다. 중앙생활보장위원회에서 2015년 4인가구 기준 최저생계비를 월 166만8,329원으로 정했다. 이것을 기준으로 기초생활보장수급자, 차상위 계층 등 사회적 약자 대상 복지급여를 공공부조 차원에서 제공한다. 장애 자녀가 있거나 병수발을 해야 하는 노인이 있는 가족이라도 이 기준 이상이라면 간병인 비용을 대개 직접 지불해야 한다. 취업ㆍ자산소득이 있다면 일단 그것을 다 소진해 더 이상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능력이 없게 되면 공공부조의 도움을 받을 자격이 생긴다.

이런 의미에서 공공부조, 우리나라 경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최후의 사회적 안전망’이 된다. 결국 선별적 복지를 추구하는 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복지제도는 기본적 욕구 충족을 추구하는 공공부조이다. 공공부조에서 정하는 최저 수준을 넘어가는 욕구 충족은 취업활동과 자산소득을 통해 스스로 해결해야 하고 또한 개인 노력으로 극복할 수 있는 일시적 현상으로 본다.

보편적 복지제도의 주 대상은 전체 사회 구성원이다. 따라서 보편적 복지제도 대상 기준으로 ‘누구나 항상 무상으로’ 급여를 받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실업, 질병, 사고, 장애, 소득 수준의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낮다.

그러나 노령 등 사회적 위험 때문에 본인의 노력으로 이룩한 삶의 수준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는 비복지 상황이 생긴다. 이때 실업급여, 의료비용 지원, 산재보상, 노령연금 등 사회보장제도로써 기존 삶의 수준 유지가 어느 정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보편적 복지제도의 본질이다. 비복지 상황은 개인과 가족만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지속적ㆍ구조적 현상이기 때문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다가(=본인 스스로 노력에 따른 생활수준 유지) 페달을 더 이상 밟지 못할 때(=비복지 상황) 자전거가 옆으로 넘어지지 않도록 누구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역할을 복지제도가 한다.

보편적 복지를 추구할 때 중요한 제도가 사회보험이다. 영국의 국민건강서비스(NHS)처럼 조세 기반 무상의료서비스도 있지만, 재정 부담으로 모든 복지제도를 조세 기반 무상으로 하기 힘들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이 강제 가입과 소득별 보험료 차등 부담이라는 사회연대 원리에 기초하면서 재정 부담을 하는 사회보험이 보편적 복지제도의 근간을 이룬다.

결국 보편적 복지는 무상복지가 아니다. 다수 사회 구성원은 조세와 사회보험료 형태로 늘 재정 부담을 한다. 보편적 복지제도에서는 “내가 급격한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적정 수준에서 도와준다”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 구성원이 이런 믿음을 갖고 기꺼이 세금과 사회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복지 논쟁이 가야 한다.

보편적 복지제도를 확대하면 공짜를 바라는 사람이 많아지고 불필요한 곳으로 돈을 낭비하게 된다는 식의 선동정치가 사라져야 한다. 또한 보편적 복지제도 확대에는 우리 모두의 기여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용기 있는 목소리를 내는 정치가 나와야 한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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