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함태수] “너 자신을 알라.”
소크라테스의 말이 아니다. 염경엽 넥센 감독의 말이다. 염 감독은 지난 7일 잠실 두산전에 앞서 “최원태와 김해수 등 신인 투수들을 만들고 있다. 타자와 싸울 줄 알게 되면 1군에 부를 것”이라며 “그런데 투타를 통틀어 어린 선수들이 너무 의욕만 앞서는 경향이 있다. 자신의 신체 조건과 기량을 알고 앞으로 어떤 선수가 돼야 하는지를 인식해야 하는데 그걸 잘 몰라 안타깝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나 같은 호리호리한 몸을 가진 선수가 홈런을 치겠다고 스윙을 하면 되겠는가”라며 “투수도 마찬가지이다. 어떻게든 힘으로만 세게 던지려 하면 안 된다. 공을 던진 뒤 매번 피니시 동작이 일정해야 한다. 어린 선수들을 보면 투구폼이 무너지고 고개도 돌아가고 의욕만 넘친다”고 말했다. 그는 “이래선 선발 투수를 할 수가 없다. 80%의 힘만 쓴다는 생각으로 공을 던지고 몸에서 힘을 빼야 한다”며 “조상우, 하영민도 이런 부분이 부족하다. 옆에서 잔소리를 많이 하는데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물론 나도 현역 때 그랬지만…”이라고 웃었다.
그러면서 예로 든 선수가 장원삼(32ㆍ삼성)이다. 염 감독은 장원삼의 투구폼을 직접 보여주면서 “큰 힘 들이지 않고 쉽게 쉽게 공을 던진다. 윤성환(삼성)과 장원준(두산)도 마찬가지”라며 “메이저리그나 일본 리그에서도 잘 던지는 선수들은 똑같다. 폼이 아주 간결하고 끝 동작도 거의 비슷하다”고 말했다. 그는 “손민한(NC)이나 송신영(넥센)이 왜 지금까지 투수를 할 수 있는지 답은 나와 있다”며 “관중 앞에서 멋있게 힘으로만 야구를 하려 하면 안 된다. 어린 선수들은 그런 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염 감독으로부터 호평을 받은 장원삼은 공교롭게 이날 대구 롯데전에 선발 등판했다. 롯데는 강민호, 최준석이 주축이 돼 시즌 초반 KIA와 함께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팀이고, 삼성은 2연패에 빠져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장원삼은 6⅓이닝 동안 3피안타 3볼넷 1실점으로 호투하며 팀의 3-1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첫 승이자, 개인 통산 100승. 올해로 34년째를 맞은 KBO리그에서 통산 100승을 돌파한 24번째 투수가 나온 순간이었다. 장원삼은 특히 송진우 KBS N 스포츠 해설위원 이후 왼손 투수로는 역대 두 번째로 100승 고지에 올랐다. 송 위원이 1997년 9월20일 인천 현대전에서 100승을 거뒀으니 무려 6,408일 만에 좌완 100승이 탄생한 것이다.
이날 장원삼의 직구 최고 시속은 리그 평균에도 못 미치는 141㎞에 불과했다. 하지만 슬라이더와 체인지업을 효과적으로 던져 삼진도 6개 뺏어냈다. 140㎞대 중반도 되지 않는 공으로 타자와 싸우는 법을 장원삼이 다시 한 번 후배들에게 가르쳐 준 셈이었다. 염 감독의 말처럼 큰 부상 없이 100승을 채우고 더 오래 선수 생활을 하려면, 장원삼처럼 던져야 한다.
함태수기자 hts7@spobiz.co.kr 사진=삼성 장원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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