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스 설명에 따르면 저 남자는 서퍼다. 그런데 바다는 대패질이라도 해놓은 듯 거스러미 하나 없이 잔잔하다. 동요할 기미조차 없어 기다림의 기약조차 없다. 서퍼의 낙담은 저 광막한 바다처럼 시간적으로도 아득하다.
파도 없는 바다는 서퍼에게는 무용지물보다 못하다. 그런가 보다 하고 돌아서면 그만인 냉담함보다 욕망만 부추기는 새치름함은 피까지 말리니까. 보드를 뗏목 삼아 노라도 젓자고 나선 까닭은, 그렇게라도 바다 위에 서려는 애처로운 욕망의 반항 같은 걸지 모른다. 아니면 그는 서퍼가 아닐 것이다.
저 곳은 지중해 동쪽 끝, 이스라엘 해양 휴양지 가운데 한 곳인 베이트 야나이(Beit Yanai) 해안이고, 지금은 유월절(逾越節) 휴가 기간이다. 유월절은 구약 시대의 출애굽을 기념하는 유대교인들의 봄 절기로 ‘재앙을 넘고 건너는 절기’라는 의미라 한다. 그리고 서퍼는, 넘을 것이 사라진 재앙의 바다를 건너고 있다.
최윤필기자 proose@hk.co.kr 베이트 야나이=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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